규제개혁의 올바른 추진방향
규제개혁의 올바른 추진방향
  • 경남일보
  • 승인 2014.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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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역대 정부 가운데 규제완화 혹은 규제혁신을 내세우지 않은 정부가 없었다. 가깝게만 보더라도 이명박 정부에서는 인수위 시작과 함께 대형 조선블록의 수송을 방해하는 길가의 ‘전봇대’가 널리 회자되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손톱밑 가시’로 비유되면서 규제개혁이 어느 정부에서든 경제활력 증진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규제와 관련된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외견으로 보아 규제는 강력한 행정부 혹은 공권력의 상징이고 정부의 존재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서 각종 규제의 신설유인이 상존해 있고, 이에 따라 자기증식의 과정을 꾸준히 밟아 왔다. 또한 실질적으로도 경제사회 관계가 다양해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이들 권리와 이해를 정리·조정하고 비효율을 사전적으로 제거시킬 목적에 의해 각종 규제가 신설되어 왔다. 긍정적 의정활동의 지표로도 평가되는 의원 입법과 지자체 의원들에 의한 각종 조례제정 역시 이런 추세를 가속화시켜 왔다.

또한 각종 규제의 개혁에 따라 기득권이 축소되는 당사자들의 저항과 이들에 의한 대체규제의 신설추진 등도 만연해 왔다. 역대 정부에서 정부 초기의 의지와는 달리 정권 말이 되면 규제가 오히려 증가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 중앙정부의 규제는 7707건,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는 정부 규제의 7배에 이르는 5만2638건이다. 더군다나 행정기관의 각종 유권해석이나 행정지도, 판단에 따른 규제는 그 수를 헤아릴 방법조차 없다는 것이 규제개혁을 담당하는 정부 관계자의 증언이다. 결국 임기 내에 대단한 수준의 규제개혁을 추진한다고 크게 떠들던 역대 정부들이 대부분 목적달성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시장의 무관심과 냉소가 더욱 팽배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어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규제개혁의 조건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건수 위주의 성과달성 목표제시가 이제껏 규제개혁 정책의 실패를 부른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올바른 방향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규제개혁 프로그램과 규제개혁 추진자의 의지가 규제개혁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정부가 밝힌 규제개혁의 방향 중 눈에 띄는 것은 핵심 덩어리 규제개혁에의 가중치 부여, 규제를 하나 만들려면 같은 비용을 수반하는 다른 규제를 없애야 하는 ‘코스트-인, 코스트-아웃’ 규제총량제의 시범실시, 신설규제에 대해 안 되는 것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과 일정기간 후에 자동적으로 사라지는 ‘일몰제’의 적용이다.

이들 방향은 규제개혁의 성과를 제대로 얻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일정부분 그 성공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필자의 비용개념을 도입하여 규제의 비용을 산정하거나 비용의 등급을 매겨 규제총량제를 시행하고자 하는 ‘코스트-인, 코스트-아웃’ 방식이 가지는 지나친 이론 편향성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 가지 규제가 가져올 파급효과가 한 갈래로 퍼져 나가지 않을 것임이 당연한데, 그 모든 갈래를 다 계산하고 그 총비용을 산정하여 비교하겠다는 것이 과연 실현가능하고, 궁극적으로 규제개혁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혹시라도 규제도입에 따른 비용산정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또 다른 사회·정책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이다.

그러나 ‘손톱밑 가시’, ‘비상한 각오’, ‘암 덩어리’, ‘쳐부술 원수’ 등의 용어로 국민 앞에 나타난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개혁 의지와 ‘규제개혁이야말로 한국경제의 특단의 개혁조치’라는 인식에 근거하여 다시금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보기로 한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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