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부검(心理的 剖檢)
심리적 부검(心理的 剖檢)
  • 경남일보
  • 승인 201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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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경정)
최근 들어 불쏘시개인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이 번개탄 생산을 금지하거나 성능을 제한하려고하는 국회의 논의를 듣고 대한민국의 자살사건은 쉽게 줄지 않겠구나하는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자살유형은 민족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인은 절상(折傷)자살이 많았고, 인도·티벳 등 화장풍속이 있는 곳에는 분신자살이 대부분이며 아프리카에서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투신자살이 유행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목매 죽거나 음독자살이 많았다.

이처럼 다양한 자살 방식을 한두 가지 제한하거나 금지한다고해서 감소하거나 막을 수 없으며 설령 감소한다고 해도 미봉책일 뿐 근본대책은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자살자의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경찰업무를 수행하면서 제일 안타까운 것은 자살의심자를 극적으로 구출하여 보호자에게 인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살했다는 보고서를 보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실정이 이러한데 필요한 법안을 제정하고 예산지원을 해야 할 선량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그럴 수밖에….

심리적 부검이란 말이 있다. ‘신체적 부검’에 대비되는 말인데 미국의 사망심리학자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가 처음 쓴 말이다. 죽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왜 그랬을까’하는 질문에 답을 얻어내는 조사로 주변 사람들에게 꼬치꼬치 묻고 생전에 남긴 기록들을 낱낱이 살핀다. 그렇게 해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하여 자살의지를 객관적 수치로 나타낸다. 이것을 바탕으로 자살방지 정책을 입안하고 맞춤형예방 교육과 격리치료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자살방지를 위해 적극적인데 반해 우리는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유족들이 남부끄럽게 생각해 자꾸 덮고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어 제대로 원인 규명도 못한 채 최소한의 조사로 마무리 하다 보니 자살자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근대에 서양에서는 자살을 살인과 맞먹는 범죄로 처벌했다. 자살미수는 치료 후 교수형에 처했고 자살에 성공하더라도 그 시체를 교수대에 묶거나 말이 끌고 다니게 하여 만인에게 구경을 시켰고 재산을 몰수했다. 또 단테의 신곡(神曲)에 보면 자살자가 지옥에서 받는 책고(責苦)를 살인자 못지않게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 이처럼 자살을 법적, 심리적으로 터부시 했다.

우리도 하루빨리 자살방지를 위한 안전망구축 등 세세한 것을 모두 챙겨 멀쩡한 사람들 그만 죽게 하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는 머리카락 하나라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덕목이요 인생관이 아닌가.
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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