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이 망친선거’ 될 공산 크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망친선거’ 될 공산 크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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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언제부터인지 영남 유권자들은 선거철만 되면 새누리당에, 호남 유권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에 일방적인 지지를 보냈다. 영·호남의 텃밭에선 늘 주류당을 선택했다. 무소속 당선도 내용을 보면 마찬가지였다. 광역과 기초단체장은 물론, 지방의원도 텃밭 정당의 일색이었다. 오죽했으면 텃밭에선 ‘나무 말뚝을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말도 있었다. ‘새누리당의 영남공화국, 민주당의 호남공화국’이라는 비아냥거림도 들어야 했다.

영·호남에서 일당독주가 엄청난 불이익을 준다는 사실을 주민들이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영남에서 단체장과 의원을 배출하고, 호남에서 새누리당의 단체장과 의원을 배출하려면 먼저 영·호남 유권자의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선거 때마다 일당독주의 ‘물갈이론’이 제기됐지만 그게 제대로 된 적이 없었던 것이 우리 선거 역사다.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구민주당은 호남에서 만큼은 일당 독재로 ‘공천만 되면 당선’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본 선거 의미 사라진 하나의 통과의례

민주주의의 꽃이며 축제라고 말하는 선거에서 한 지역 내에서 특정 정당의 후보가 70~90%지지로 당선되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 지역 내에 존재하는 계층 간, 세대 간, 이념 간 갈등이 정치적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적 독점을 깨고 경쟁적인 정치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은 큰 중요성을 지니는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은 영남에서 새정치연합은 호남에서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대중성을 잃고 민생은 외면한 채 정체성마저 바로 세우지 못하는 지금의 행태가 계속된다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답답한 삶은 나몰라라하고 자신들 만의 정치에 몰두하는 것도 여당과 제1야당의 모습이 아니다. 서민들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듣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그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치열한 여성(與性)과 야성(野性)을 되찾아야 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우선 지역민심이 왜 떠나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창당에 버금가는 개혁과 혁신을 조속히 단행해야 한다. 그간은 뼈를 깎는 자성의 목소리는커녕 지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마저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니 지역민들은 물론 당 내부에서조차 ‘민심과 담 쌓고 산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원이 영·호남에서 민심이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장기간 텃밭에서 ‘공천만 되면 떼놓은 당상의 당선’이라는 일당 독주에 대한 지역민들 스스로의 피로감과 이탈 가속화의 원인이라 할 것이다. 텃밭에서는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으로, 호남에서 구민주당으로 당선되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웠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묻지마식 선거’에 맛 들인 정치인은 무사안일에 빠졌다. 경쟁이 사라지고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었다.

지역정서가 강한 텃밭에서 특정정당의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졌다. 자연히 공천만 받으면 본 선거 의미가 사라졌다. 선거가 하나의 통과의례 정도가 됐으니까 말이다. 입지자들은 영남에선 새누리당을, 호남에선 구민주당의 공천장을 거머쥐려고 사생결단식으로 기를 썼던 것이다. 지방선거는 현역 국회의원들은 생사여탈권인 공천권을 행사하느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지금 뒤늦게 텃밭에서 상향식 또는 무공천을 하겠다는 논란의 말의 성찬을 토해낸다. 유권자가 진정으로 주인 대접 받으려면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옳다



‘공천만 되면 당선’이라는 일당독주

오랫동안 영남권에서 염치없는 짓을 반복했던 새누리당이 주민 여론을 반영한다는 상향식 공천이 여전히 유효한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새누리당이 아직도 영남권에서 ‘영원한 텃밭’쯤으로 생각하고, 오만을 부린다면 유권자들은 매를 들 수밖에 없다. 영·호남의 텃밭에서 선거 때면 지역주의 타파가 언제나 그랬듯이 다가오는 6·4 지방선거도 거대야당의 통합으로 또 ‘미워도 다시 한 번이 망친 선거’가 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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