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비 제대로 맞춘 거름 줘야 성장 도움
성분비 제대로 맞춘 거름 줘야 성장 도움
  • 경남일보
  • 승인 201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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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시비 작업
변화무쌍한 날씨다. 내일 기온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가 없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아직 아침저녁으로 찬 서리가 내리고 꽃샘추위에 물이 얼기도 하던 때다. 하지만 치솟는 한낮 기온은 지역에 따라 벌써 더위를 느낄 정도다. 위도에 따라 아직은 남북의 기온차가 크게 벌어져야 하는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일기예보는 매일 전국이 비슷한 기온분포를 알리고 있다. 꽃소식도 남녘으로부터 전해오는 것이 상식인데 올해는 동서남북이 따로 없이 동시에 벚꽃이 피고 있다는 보도다. 공식적으로 서울에서 3월에 벚꽃 개화를 확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언론보도가 틀리지 않고 보는 눈에 잘못이 없다면 매화와 진달래, 벚꽃과 조팝나무 같은 봄꽃이 지역과 시차에 관계없이 동시에 피는 것은 보기 드문 기이한 현상이다. 꽃뿐만 아니라 잎이 나는 시기도 나무마다 빠르고 늦은 제마다의 때가 있는데 올해는 큰 차이가 없다. 가장 늦은 감나무는 4월 중순이 되어야 잎눈을 틔우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열흘정도 빠르게 잎눈이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가 늦추위라도 닥친다면 농작물에 큰 피해가 나타날까 걱정을 하는 것은 기우가 아닐 것이다.

봄비가 내리고 봄기운이 완연해지자 들녘이 분주해졌다. 씨를 부리기 위하여 거름을 넣고 밭을 가는 모습은 일상사가 되었다. 시장에서는 종구로 쓸 감자를 잘라 내다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 씨 뿌리고 무엇을 심어야 하는지를 모를 때는 장바닥을 나가보며 묻지 않아도 알게 된다. 시장에는 종자와 모종을 파는 사람들이 때맞춰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여름감자를 두어 이랑 심어 수확을 했었다. 아내가 감자를 심어 보자고 하는 것을 올해는 감자 값이 턱없이 싸니 그냥 사먹자고 했다. 그 자리에는 당근과 상추 등 채소를 심어 보자고 달랬다. 사실 취미로 이것저것 여러 작물을 재배해 본다지만 잔손질이 많이 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잠깐 소홀히 했다가는 잡초에 파묻혀 수확을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비가 그치고 난 후 겨우내 묵혀두었던 밭을 관리기로 갈았다. 밭을 갈고 난 후 할 일이 더 많았다. 지난해 고추와 들깨를 재배하면서 덮었던 비닐멀칭을 걷어낸다고 했지만 흙에 묻히고 찢어져 남아 있던 것들이 드러나 주워내야 했다. 비닐과 다른 이물질을 주워낸 후 퇴비를 뿌리고 다시 한 번 더 갈았다. 퇴비는 바로 사용하는 것 보다는 미리 넣어 삭힌 후 씨앗을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야 좋다고 한다. 흙에 물기가 남아 있어 밭을 갈 때 먼지가 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잦은 봄비가 일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꽃이 필 무렵 주어야 한다는 미생물을 넣어 만들어 두었던 비료를 뿌릴 수 있었다. 미생물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뿌린 후 충분한 수분이 필요하다고 해서 비 예보를 듣고 흩었다. 지난해 인광석을 주원료로 미생물 먹이가 되는 설탕과 염화가리에 미생물을 섞어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미생물이 토양을 개량하고 흙속에 있어도 식물이 사용할 수 없는 인산과 같은 비료 성분을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물만 들어가지 않은 시멘트 반죽처럼 보이지만 여러 해가 지나도 굳지 않는다고 한다. 살아있는 미생물 때문이라고 한다.

미생물 제재를 사용하기 열흘 전에 질소성분이 든 비료를 공급해 주어야 한다고 해서 지난 번 비 내리기 전에 복합비료를 300평에 20kg 정도 먼저 주었다. 그냥 뿌리면 비료 성분비가 맞지 않아 나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경험 있는 분들의 지도를 받아가며 배우고 있다.

준비해 두었던 매실 접순을 꺼내 품종이 좋지 않은 매실나무를 골라 가지에 접을 붙였다. 나무를 베어내고 다시 심는 것보다는 있는 나무에 접을 붙여 품종을 갱신하는 것이 빠를 것 같아서다. 접붙이는 일도 첫날 배워서 할 때는 서툴고 어려웠는데 계속해보니 요령도 생기도 나름대로 방법도 터득하게 되어 작업 속도도 빨라졌다. 시간이 지나야 접이 제대로 됐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겠지만 살아있는 나무에 또 다른 생명을 이어 본다는 것이 신비롭기만 한 작업이었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나무 시비
초보농사꾼이 매실나무에 퇴비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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