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할과 부모교육
성역할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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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학생처장)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팬들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컬링 대표팀이 며칠 전 코칭스태프의 폭언과 성추행, 기부금 강요 등의 문제를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며 단체로 사표를 내어 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컬링 대표팀이 이런 복잡한 문제에 얽혀 팀이 해체된다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지만, 아직도 스포츠 대표 연습팀 내에서 성추행 문제 같은 이슈가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경기도청과 대한 컬링경기연맹이 문제가 된 코치와 선수들을 조사한 뒤 결과를 발표했는데, 문제가 된 C코치가 훈련할 때 여자선수들에게 폭언뿐만 아니라 성추행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문제의 C코치는 훈련 중 선수의 손을 잡은 뒤 “내가 손 잡아주니까 좋지” 등의 표현을 하여 선수들이 불쾌감을 느끼도록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성추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선수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한다”고 밝혀 성추행을 한 코치는 아직도 성추행에 대해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성추행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시각 차이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삼강오륜의 유교문화를 숭상하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여성들의 바깥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남성중심의 문화만을 인정하는 사회적 성격이 강했다. 이름하여 가부장제 사회로서 집안을 다스리는 모든 권한이 남자인 아버지에게 있었고, 따라서 남녀차이에 대한 구별이 심했으며, 이는 남녀 차별이 될 정도로 여성에 대한 경시풍조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회였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을 남성 중심으로 생각하고 여성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발 더 나아가 여성의 모든 일상 행동에 대해 억압과 차별이 심한 사회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전통사회의 풍습은 현대사회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대부분의 회사 등 직장 내에서 상사에 의한 여직원의 차별뿐만 아니라 남자 동료직원에 의한 여자 동료직원의 차별로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풍조는 흔히 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유리천장의 신화’로 대별할 수 있다. 물론 요즈음은 과거에 비해 여성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여러 측면에서 인권존중의 발전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녀차별이 부분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우리 자녀들이 혹은 우리 후손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남녀가 좀 더 평등하게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상의 반은 남성, 반은 여성이다. 남자와 여자는 기를 쓰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해서 더 나은 생산성을 만들 수 있는 협력자의 관계, 상생하는 관계여야 한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면 먼저 부모가 남·여 자녀들을 평등하게 잘 키워야 한다. 여기에는 인격적인 존중이 들어가야 함은 물론이다. 부모가 집에서 자녀 중 남자아이에게만 지나친 관심을 쏟고 우대하며, 여자아이에게는 차별적으로 경시해서 대한다면 부모 자신도 모르게 남녀차별 사상을 세대 전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기초환경인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동등하게 잘 대우한다면 이들은 남녀차이를 떠나 인격적인 존중과 대우를 받게 되어 인격적인 존엄을 배우게 된다. 그런데 만약 가정에서 남자아이를 위주로 모든 생활을 이끌어 나간다면 여자아이는 상대적으로 소외나 경시를 받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을 경시하는 풍조가 어릴 때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며, 이것이 바로 사회생활 속에서 연결되어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교육할 때 성 역할에 따른 차별이 아니라 성 역할에 따른 개성의 중요성과 함께 성 역할 차이의 개념, 그리고 평등, 인권의 개념 등을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이다. 성 역할과 부모교육 속에는 이 모든 것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최정혜 (객원논설위원, 경상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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