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시국
가계와 시국
  • 경남일보
  • 승인 2014.04.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지금 절찬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 주말 드라마 ‘정도전’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었다. 저물어 가는 고려왕조를 뒤엎고 조선왕조를 창업하는데 정도전이 큰 역할을 도맡아 처리했다.

정도전이 새 왕업에 바친 업적은 여기서 거론 대상이 아니다. 요는 그의 인생행로다. 정도전(1342~1398)은 아버지 정운경이 우연(禹延)의 딸과 결혼하여 단양에서 낳은 아들이다. 우현보의 집안사람 김전이 일찍이 중의 신분으로 노비 수이의 처와 간통하여 딸 하나를 낳았는데, 사람들은 모두 수이의 딸인 줄 알았으나 김전이 이 딸을 몰래 키워 나중에 우연에게 시집보내 딸을 낳았다. 이 딸이 정운경에게 시집가서 정도전을 낳았던 것이다. 정도전의 부인은 최습 첩의 딸이었다(고려사). 복잡한 출생신분은 그의 정치활동에 큰 약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도전은 시운을 타고 이를 극복했다

남녀관계가 비교적 자유로웠던 불교문화의 사회적 분위기와는 달리 성리학은 엄격한 가정질서를 요청하였다. 유학자 목은의 문하에서 수학한 정도전이 성리학을 조선의 창건이념으로 삼은 것은 매우 자연스런 절차였다.

그러나 불교도 성리학도 외래사상이긴 결국은 마찬가지였다. 정도전은 정치노선을 달리한 스승 이색을 죽여야한다면서 탄핵하였다. 혁명동지 이방원을 배신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조선의 500년 왕업은 이방원의 후손들이 이어 내렸다.

조선 중종과 선조 대에 걸쳐 살다간 송익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호를 구봉이라 하였다. 구봉은 뛰어난 문재로 이율곡, 성혼 등과 성리학을 논하였고, 나중에 문묘에 배향된 김장생, 김집 부자를 가르쳤다.

구봉의 아버지는 이름이 사련이었는데 안돈후가 천첩과 관계하여 낳은 감정이란 여인이 사련의 어머니였다. 감정에게는 배다른 남매간인 안당이 있었다. 사련은 외가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안당의 아들 처겸, 처함, 처근들과 친형제처럼 지냈다. 사련은 천출인 어머니의 신분 때문에 출세 길이 막혀 있음을 항상 비관하였다. 안당의 신분이 높아질수록 사련의 한은 가슴 깊이 쌓여 갔다. 사련은 평소 처겸의 시국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를 한데 묶어 역모를 획책했다면서 고변하였다. 증거물로 2년 전 처겸의 모친상(안당의 처, 사련의 외숙모) 때 조객록과 역군명부를 제시하였다. 사련이 조작한 옥사로 안당 일가는 쑥대밭이 되었다. 사련은 외가를 절단 낸 보상으로 30여년에 걸쳐 영화를 누렸다. 아들 다섯 형제를 명문가에 장가들였으며 구봉 같은 대문장가도 배출하였다.

조작된 사건은 전모가 노출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다. 안처겸의 역모사건이 조작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번에는 사련의 후손들이 안씨 집안의 노비로 환속됐다. 재산은 적몰됐다.

북한의 김정일에게는 네 명의 여자가 있었다. 김정일은 본처를 두고 유부녀였던 성혜림과 몰래 살림을 차렸다. 졸지에 절대 권력자의 아들에게 아내를 빼앗긴 성혜림의 남편 이평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대동강에 몸을 던져 자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 번째 여인이 고영희이고, 네 번째가 김정일이 죽기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얼굴을 드러낸 김옥이었다.

북한은 이른바 백두혈통의 가계다. 김일성이 백두산 삼지연을 항일항쟁의 근거지로 조작하면서 아들 김정일이 이 밀림에서 출생했다고 강변했다. 김정은을 낳은 고영희는 김정일의 첩이었다. 김정은의 외할아버지 고경택은 일제 때 독립군을 잡는 일본군 군수공장에서 친일 부역행위를 범한 민족 반역 인물이었다.(YTN 2013. 12. 24.)

고경택의 친일 행적은 항일투쟁을 절대시하는 북한의 ‘백두혈통’의 ‘순결성’에 결정적 흠집을 내는 부정적 사실이다. 북한의 가치관에 따른다면 친일 부역자 고경택의 피를 받은 김정은은 매국노의 자손으로 3대 멸족대상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북한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고숙인 장성택을 공개처형했다. 복잡한 김정은의 가계가 시국을 어떻게 감당해 낼지 궁금하다.
박동선 (객원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