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신부다
봄은 신부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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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 (지경서당장)
요사이 중학교 남자동창 둘이서 사위를 봤다. 영춘이는 스물세 살인 첫딸 성희를 두 살 위인 신랑 집에 보냈다. 결혼식장에서 이들을 대하는 순간 마치 춘향전 속으로 들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 이들이 이번에 진주에 떨어진 운석 같았다. 섬진강변 매화와 화개장터 벚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신으로 살고 싶었던 나는 친정엄마의 강권으로 내 나이 서른일곱에 두 살 위인 노총각과 선이라는 걸 처음으로 봤다. 그리고 두 번 더 만나보고 2주 후 결혼식장에서 손을 처음 잡아보며 결혼을 했다. 그러니 우리는 신혼여행이 아니라 수학여행을 간 셈이었다.

게다가 그해 12월에 IMF. 결혼을 후회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첫딸을 얻었고 다음해엔 아들을 낳았다. 그것도 자연분만으로. 지인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인사와 축하를 받았다. 때문에 5학년 4반인 나는 이제사 중3. 고1 학부모가 되었다.

그러므로 라이프사이클 관점만으로 보면 이들의 이런 선택과 결단은 SKY대학이나 인 서울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몇 배 더 나아 보였다. 성희와 나는 열네 살 차이가 난다. 30대 후반의 노처녀 신부가 되니 올해 첫애가 겨우 고등학교에 갔는데 남편은 56세라서 정년이 보장된다고 해도 첫째도 대학을 마치기가 어려울 판이다.

이러니 노후와 자녀교육이 어찌 걱정이 안 될 수가 있겠는가. 내가 만약 20대에 재수하고 대학 두 곳 다니고 하는 것보다 성희처럼 결혼을 했다면 적어도 아이 넷은 낳고도 중·고생 학부모 신세는 면했을 것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이들의 행복을 빌며 딸 잘 사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신랑·신부가 둘 다 아기라서 꼭 소꿉장난하는 것 같더라”며 “우리 친구들이 그리 축하를 해줬는데 잘 살겠지. 암, 잘 살 거야”라고 그는 너스레를 떤다.

춘생이란 친구도 지난 주말 스물여덟 은희를 세 살 위인 교회 오빠와 결혼을 시켰다. 신랑이 모은 돈과 부모님 도움으로 아파트를 샀는데 6월에 입주라 그때까지만 신부가 친정에서 다니던 직장에 나가기로 했단다.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전·월세 걱정 없고 이사비용이나 이사갈 때 버려도 될 자질구레한 세간 경비가 안 들어가니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이익인가.

우연이지만 두 친구 다 이름에 봄 춘(春)자가 공통으로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들은 철도 일찍 들고 딸도 얼른 낳고 사위도 빨리 본 것일까? 초등학교·중학교 같이 다닐 때 공부는 내가 늘 1등 했는데, 40년이 지난 지금은 이 친구들이 나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새로운 멘토가 되고 있다.

이상숙 (지경서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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