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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손가락이
잘려 나갔다고
꿈이 사라지는 것 아니듯
나를 자른다고
봄꽃 못 피우겠는가!
“세련된 남녀들이 화사한 봄빛으로 흘러 다니던 화사한 봄날 오후, 선반 기계에 잘려 나간 손을 공장 담벼락 양지 바른 곳에 묻으며 온 가슴으로 피울음을 삼켜야만 했던 노동자들이 있었다. 싸늘히 식어 푸르뎅뎅하던 손을 묻으며 일 안하고 놀고 먹는 하얀 손들을 프레스로 싹둑싹둑 짓짤라.”(박노해의 ‘손무덤’ 일부) 함께 묻고만 싶었던 때, 돌아보면 누군가 참으로 아프게 걸어야 했던 생의 한때. 단 한 번이라도 그 생의 자리, 저리 환한 꽃송이가 맺혔기를…. 문득 내 두 손에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을까봐 혹은 그저 놀고 먹는 하얀 손은 아닐까 싶어서 이 봄날 호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은 손을 꺼내기가 두렵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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