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껍질 속 파고든 월동 벌레 잡기
나무 껍질 속 파고든 월동 벌레 잡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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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감나무 관리
따뜻한 날씨가 며칠 이어지면서 일찍 피었던 벚꽃이 강한 바람에 꽃비가 되어 사라지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일까? 꽃소식이 전해오면 짧은 아름다움을 찾아 벚꽃 명소마다 사람들로 붐빈다.

벚꽃에 이어 과수원 마다 배꽃이 피기 시작했다. 다른 꽃, 특히 벚꽃과 같은 시기에 배꽃이 피는 것을 과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꽃가루받이가 되어야 열매가 열리는 배꽃을 찾아야 할 벌들이 다른 꽃으로 흩어져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야 언제 무슨 꽃이 어떻게 피든 흐드러지게 핀 빛깔만 보고 좋아하지만 생계가 달린 과수원 주인 마음은 다르다. 최근에는 벌과 같은 수분을 시켜주는 곤충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기구를 들고 직접 나서서 꽃가루받이를 시킨다. 곤충은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몸에 묻은 꽃가루로 자연스럽게 수분을 시키지만 사람은 돈을 주고 산 꽃가루를 이용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업도 쇠퇴하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3월에 핀 매화는 벌써 졌다. 품종에 따라 잎이 무성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푸른빛을 띨 정도로 자랐다. 잎이 날 때쯤부터 활동이 활발해지는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를 잡아 없애야 할 때가 되었다. 유리나방애벌레는 매실나무수피 속을 파고 다니며 수액을 빨아먹고 자란다. 한곳에 머물며 수액만 빨아먹고 있으면 나무를 죽이는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을 텐데 공간을 만들어 큰 상처를 남기고 심하면 나무를 말라 죽여 버린다. 죽은 매실나무를 살펴보면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의 피해를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가 수피 속에 자리를 잡으면 나무껍질이 방어막이 되어 농약을 뿌려도 죽지 않는다. 옛날에는 독한 농약을 주사기로 수피 속에 넣어 애벌레를 죽였다고 한다. 농약은 잘못 사용하면 매실과실에 잔류할 수도 있어 직접 잡기로 했다.

다행인 것은 애벌레가 남긴 상처로 인하여 나무껍질에 톱밥 같은 가루나 나무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진액이 나와 있다. 이곳을 칼이나 날카로운 물건으로 잘라보면 구멍이 보이고 그 속에 애벌레가 숨어있다. 지난해에는 경험이 부족하여 나무껍질을 크게 벗겨 냈지만 올해는 접할 때 사용했던 칼로 껍질을 살짝 드러내고 애벌레를 잡을 수 있었다.

애벌레를 잡는 시기를 늦추면 수피 속에 상처도 커지고 애벌레가 자라면서 활동도 활발해져 더 큰 피해를 남긴다. 가능하면 할수록 애벌레를 빨리 잡아 없애는 것이 좋겠지만 발견이 쉽지 않아 매화꽃이 지고 난 후에 바로 시작했다.

벌레 피해는 매실 분만 아니라 감나무에도 남긴다. 단감나무를 보면 매끈하게 껍질을 벗겨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벌레가 숨을 곳을 없애기 위함이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냥 두면 상처가 커져 가지가 부러지거나 나무가 통째로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어린나무는 접했던 부위에 벌레가 숨어 갉아먹어 죽는 경우가 많다.

감나무 껍질 벗기는 일을 아내가 거들겠다고 나섰다. 지난해에 해본 경험이 있어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했다. 무슨 일이든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하면 지루하지도 않고 심심하지 않아 좋다. 혼자서 했으면 열흘은 걸렸을 일을 일주일 만에 마쳤다.

관리기로 갈아두었던 밭에 무엇이라도 심어야 될 것 같아 장날에 재래시장에서 씨앗을 샀다. 비가 그친 다음날 열무도 두 이랑, 상추도 한이랑 심고, 당근도 네다섯 평에 씨앗을 뿌렸다. 아내는 이것저것 욕심을 내 더 심어 보자고 한다. 지난 장날에는 두릅과 엄나무를 사다 심기도 했다. 두릅은 지난해까지 참죽과 함께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할 정도로 많이 있었지만 과수원을 정비하면서 모두 뽑아 없애 버렸다. 한 두 포기 심었던 두릅이 온 밭으로 퍼져나가 일을 하다보면 가시에 찔리기 일쑤였다. 사실 두릅이 많은 것 같아도 새순을 따보면 양이 얼마 되지 않아 팔아도 큰돈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과수원을 정비하면서 두릅과 참죽나무를 모두 파내고 올해 매실을 심었다.

지난달에 심었던 매실나무에 새순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새순을 따먹는 고라니와 전쟁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아버지께서는 그물망으로 울타리를 치자고 한다. 누구는 잎이 더 나면 냄새가 나는 가루약을 뿌리라고 권했다. 고라니로부터 매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아야겠다.

/정찬효 시민기자

감나무껍질벗기기
초보농사꾼이 감나무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
초보농사꾼이 복숭아유리나방애벌레를 잡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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