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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이 들어간 그곳, 고즈넉한 쉼터 있었네[어촌마을에 가다]창원 구산면 심리(深里)마을
박성민  |  smworld17@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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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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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심리마을 주민들이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고 있다./황선필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일대는 여러개의 어촌마을로 이뤄져 있다.

저도 연륙교가 지척인 구복마을을 비롯해 내포리와 원정, 반동, 옥계리가 있고 이미 소개한 바 있는 실리도 역시 크게 멀지 않다.

이번에 찾아간 심리(深里)마을은 구산면 입구에서도 약 30분가량 차를 타고 더 들어가야한다. 마산역 종점에선 62번 버스를 타면 마을 입구까지 갈 수 있다.

지도상으로 진해만을 옆에 두고 원전마을과 이웃한 심리마을은 주변 타지역에 비해 외지인의 왕래가 비교적 적고 성수기를 제외하곤 조용한 편이다.


◇ 이야기가 있는 마을

심리라는 마을이름에 대해서는 정확한 유래가 알려진 바가 없다.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도 제 각각 다르다.

‘정각이 있던 자리에 호랑이 한 마리가 마을로 내려와 할아버지를 물고 데려간 뒤 남겨진 할머니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는 말도 있지만 설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라 진위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이 마을에선 정월대보름이 되면 이야기 속 할머니를 위해 ‘동제’를 지내는데, 동제는 마을을 지켜주는 동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기원하는 제사의 일종이다.

마을사람들이 질병과 재앙을 막고 농사가 잘되고 고기가 잘 잡히게 하여 달라고 비는 것이다. 심리마을의 동제는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기금을 바탕으로 달집놀이와 함께 진행된다.

보통 동제의 대상이 지역의 장군신, 도깨비신, 토지신인 반면에 심리마을은 이곳의 이야기 속 할머니가 동제의 주인공인 것이 특이할 만 하다.

심리마을 속에는 ‘별장’이라고 불리는 마을이 따로 있는데 마을의 중심으로부터 약 1.5km 떨어져 있다.

이곳에는 유료낚시터와 숙박시설이 있어 외지인들이 머물며 바다낚시를 즐기는 곳이다.

심리의 방파제 낚시는 낚시꾼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바깥쪽에 위치한 2개의 방파제 중에서 남쪽에 위치한 작은 방파제가 명당이라고 마을주민들은 귀뜸한다.

특히 구산면 일대엔 크고 작은 방파제가 여러 있지만 이곳 낚시터는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심리마을의 방파제는 낚시꾼들에게 다양한 어종으로 사계절 내내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감성돔과 학공치, 농어는 물론 우럭과 볼락 등이 주요 어종으로 잡히는데, 특히 고등어나 전갱이가 들어오는 여름과 가을 시즌에는 단골 낚시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농어는 장마철 전후로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감성돔은 10월, 학공치는 주로 1~2월에 잡힌다.

◇ 부지런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양식업이 주업인 이곳에는 약 90여명의 어촌계 조합원들이 삶의 터전인 바다를 벗삼아 살아가고 있다.

주로 홍합과 미더덕, 바지락을 특산물로 생산한다.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홍합 양식이 4ha정도 되며, 개별적으로 마을사람들이 0.2~0.3ha의 규모로 양식업을 하고 있다. 대개 10월말부터 출하를 시작하는 홍합은 올해는 과잉생산으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는 바람에 어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8개 농가 정도는 미더덕을 키우며 생계를 꾸린다. 유생(어린 종자)을 받아 6월 초순에 뿌린 미더덕은 이듬해 3월말에 수확을 시작한다. 구산면 지역에선 심리마을이 인근 진동면과 더불어 미더덕의 질이 살이 포동포동 올라와 있어 상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4월이 되면 외지인들은 진동면 뿐 아니라 이곳 심리마을에도 들려 살찐 미더덕의 향과 맛을 즐긴다. 올해에도 벌써부터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예부터 심리마을 주민들은 반농반어 형태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과거에는 농업도 마을 경제의 한축이 됐지만 현재는 밭농사 만이 몇 군데 남아있다.

마을을 돌아보면 농사의 흔적이 보이지만 밤 시간 멧돼지의 잦은 출몰로 전부터 이어지던 벼농사는 실효성을 잃어버렸고, 그나마 남은 몇몇 농가들이 참깨와 콩, 고구마를 중심으로 밭농사를 일구며 마을 살림에 보태고 있다.

30일 역시 마을청년회와 부인회를 중심으로 바지락을 캐기에 나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고재숙(84·여) 할머니는 “바지락을 캐기에는 이제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해도 자기가 노력한 만큼은 여기에서 얻는 것 같다”면서 “여기 사람 치고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마을을 자랑하며 빙그레 웃음을 내보였다.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이 주는 그대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친화적 공동체. 바로 그곳이 심리마을이었다.



정형석 심리어촌계장 겸 이장
"안전한 마을 위해 방파제 확장 소망"

“어느 새 어촌계장을 맡은지가 10년을 훌쩍 넘었네요”.

지역 토박이인 정형석(65)어촌계장은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어촌계장을 맡은 뒤 다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심리 어촌계의 중책을 다시 맡고 있다. 그는 어촌계의 살림살이를 뿐 아니라 마을이장직까지 겸직하고 있다.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그만큼 마을사람들의 신임이 두터울 뿐 아니라 동네사정까지 훤히 꿰뚫고 있어 자부심만은 대단하다. 그는 “솔직한 말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하니 보통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밑에 젊은 사람도 많은데 임기까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넘겨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계장의 소원은 마을 방파제가 좀 더 확장되는 것이다. 그는 “동서풍이 부는 태풍시기에 방파제가 짧아 배를 접안하기가 어렵다”면서 “방파제를 25m 정도 늘려 배를 가지신 분들이 안전하게 태풍을 피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며 안전한 마을을 만드는 게 소망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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