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닮은 헤어스타일 '빨간 꼬리'가 눈길끄네
베컴 닮은 헤어스타일 '빨간 꼬리'가 눈길끄네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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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와 함께 떠나는 생명신비여행 <28> 홍여새
떼를 지어 나는 홍여새01
떼를 지어 나는 홍여새

헤어스타일이 독특한 새가 떼를 지어 주남저수지 인근을 날아다닌다. 적지 않은 무리가 일제히 전깃줄에 앉았다가 쏜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한참동안 녀석들의 동태를 살펴보니 인근 커피숍 건물 뒤쪽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그 곳으로 조심스레 접근했다. 그곳에는 피라칸사스 나무로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바로 이 나무의 열매를 먹기 위해 이 녀석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닌 것이다.

오늘의 생명여행의 주인공은 축구선수 베컴 헤어스타일을 닮은 홍여새다. 아니 베컴이 홍여새의 헤어스타일을 모방했는지로 모른다. 전 세계에 여새과에 속한 새는 8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홍여새와 황여새 두 종류가 찾아온다. 이 녀석들은 개체수가 아주 적고, 불규칙적으로 찾아와 관찰하기 쉽지 않다. 보통 10~40마리 떼를 지어 다니며 홍여새 보다는 황여새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 주남저수지에는 150여 마리 중 단 한 마리만 황여새가 관찰되었다.

침엽수림, 참나무, 향나무가 있는 공원의 활엽수림 등에서 주로 관찰된다. 몸길이는 18cm이며, 황여새와 형태 및 습성이 비슷하고, 암수 모두 몸의 대부분이 갈색이고, 배는 황색이다. 눈 옆 턱밑은 검고, 날개는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이며, 꼬리 끝은 붉은색이라 홍여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먹이를 물고 날아오르는 홍여새01
먹이를 물고 날아오르는 홍여새
홍여새와 황여새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홍여새와 황여새가 섞여 전깃줄에 앉아 있다.
이곳 주남저수지 인근에는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오지만 이렇게 홍여새가 대규모로 확인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황여새는 홍여새와 외모가 흡사하지만, 홍여새는 꼬리깃이 빨간색이고, 황여새는 노란색이다. 녀석들은 이곳에서 피라칸사스 열매를 즐겨 먹지만, 다른 월동지에서는 향나무, 찔레나무 열매를 따먹고 감나무의 홍시도 먹기도 한다.

러시아의 우수리 지방에서 번식해 우리나라, 일본, 중국 남·동부에서 월동한다. 주로 산림과 들녘이 만나는 지점에 서식하며, 먹이를 찾아 도심의 공원에 나타나기도 한다.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봄철에는 나무의 새순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번식기에는 고단백질이 필요해 곤충을 잡아서 섭취하며, 어린 새끼에게도 먹인다. 울음소리는 높은 소리로 ‘찌리 찌리’ 반복해서 운다.

높은 전깃줄에 일렬로 앉아서 시간으로 보내다 일제히 피라칸사스 나뭇가지로 내려와 나무열매를 따먹는다. 많은 수가 인가 근처를 쏜살같이 날아다니다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찾아온 멋진 헤어스타일의 소유자 홍여새 출연에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녀석들은 먹이터 주변 전봇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가끔 어떤 위협의 낌새를 느꼈는지 떼를 지어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이곳으로 찾아와 휴식을 한다. 어느 순간 순식간에 전깃줄에서 쏟아지듯 내려와 빨간 열매를 물고 전깃줄로 돌아간다.

녀석들의 먹이인 피라칸사스(Pyracantha)는 장미과 속하는 상록 낙엽수로 키가 작은 나무로 라틴어로 ‘불의 가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5~6월에 흰 꽃을 피우고 10월~12월에 등황색이나 선홍색 열매가 달려 홍여새의 좋은 영양식이 되고 있다. 열매는 생약명으로 “적양자”라 하여 약용으로 쓰이며, “알알이 연근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홍여새가 커피숍 주변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번식지로 돌아가 채비를 하고 있다. 이곳을 찾아 에너지를 보충한 녀석들은 곧 머나먼 여행을 떠나 번식지로 돌아간다. 오랜만에 이곳 주남저수지를 찾은 녀석들이 번식지로 돌아가 내년 이맘때쯤 건강한 새끼와 함께 다시 이곳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경남도청 공보관실

전깃줄 앉은 홍여새떼
전깃줄 앉은 홍여새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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