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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가 바람의 세기를 알려주자
꽃은 단박에 전신주에게 무전을 타전한다.
동풍은 오후 1시를 기점으로 마하 5의 세력으로 북상 중이라 하니 백만 볼트의 전류로 하루 종일 나를 충전시킬 것.
-이기영<충전>
시인은 늘 곤두선 감각으로 일상을 관찰해야 한다. 그리하면 우리가 무수히 흘려 보내는 수많은 자연의 언어들이 감지된다. 디카시는 그러한 자연의 언어들을 사람의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다. 저 풍경 속에 시인이 감지한 ‘백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소리를 들어보라. 꽃과 전봇대라는 이질적인 사물 사이를 ‘바람개비’가 매개하여 ‘백만 볼트의 전류’로 피워낸 저 환한 봄의 형상들. 또한 이 시인이 타전한 ‘백만 볼트의 전류’에 감전된 목숨들이 꽃그늘 아래 넋을 놓고 부유하는, 행복한 봄날이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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