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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분홍 꽃불 타오르는 봄 산경남일보 선정 100대 명산 <97>여수 영취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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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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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시샘하는 추위와 남풍에 가지가 크게 흔들려도 분홍빛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가 대수입니까. 여수 영취산 진달래는 색깔이 더 붉고 향기도 더 진합니다.

사람들의 표정도 참 밝고 곱습니다. 진달래꽃만 봐도 괜히 입이 귀에 걸리고 웃음이 실실 나옵니다.

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산을 울립니다. 이 꽃을 한 움큼 따다가 꽃지짐이라도 해먹고 싶지만 그건 욕심이니 참겠습니다.

대신, 햇살 언뜻언뜻 비집고 들어오는 꽃그늘 아래 드러누워 향기에 취해 잠이라도 한숨 자고 가야겠습니다. 그래야 본전이 빠질 것 같습니다. 천국의 정원, 도원향의 정원이 따로 있겠습니까. 이곳은 진달래꽃이 만개한 영취산 천국입니다.

남부지방 최고의 진달래 군락지 영취산에 진달래가 만개했다. 며칠 전만해도 산야가 잿빛이었으나 어느새 꽃이 피고 여린 초록이 돋아나 생동감이 넘친다.

진례봉 가는 길 도솔암에서 내려다 본 봉우재∼흥국사구간에는 초록의 이파리가 융단처럼 뒤덮고 있다. 특히 진례봉 정상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임도를 가로질러 흥국사로 향하는 구간, 1000㎡의 넓이의 구릉에는 이름을 알수 없는 진초록의 유별난 야생난이 카페트처럼 깔려 있어 환상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참 좋은 시절 아름다운 계절이 다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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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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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는 홍교→흥국사→정상 갈림길(흔들바위)→봉우재→시루봉(회귀)→봉우재→도솔암→진례봉→개구리바위진달래군락지→돌고개진달래군락지→삼대바위→이대바위→일대바위(회귀)→진례봉→임도→난 자생지→흥국사 회귀. 10km에 휴식 포함 5시간 30분 소요.

▲영취산은 전남 여수시 북동쪽에 있는 산으로 높이 510m. 봄이면 30~40년생 진달래가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뒤덮는다. 국내 최고의 진달래꽃군락지다. 지난 4일부터 3일간 제22회 진달래축제가 열려 전국의 상춘객 12만명이 다녀갔다.

▲오전 8시 50분, 흥국사 주차장이 들머리다. 주변 계곡에 국내 최대 규모의 무지개형 돌다리 ‘홍교’가 있다. 흥국사 일주문을 넘어 물길을 따라 난 굽은 길을 따른다. 양옆 우거진 활엽고목 수십그루가 인상적이다. 그 끝 수림에 문화재의 보고 흥국사가 보물처럼 다가온다.

천왕문 지나 절의 중심이 되는 대웅전. 조용한 절집 마당 당간지주에 용이 여러마리 새겨져 있다. 불전으로 오르는 계단 양쪽 끝에도 용머리가 조각돼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유난히 용머리 형상이 많다. 들머리 주차장의 홍교 중앙 난간에도 용머리가 3개 있었다.

고색창연한 단청빛을 지니고 있는 대웅전은 보물 396호이다. 대웅전 안에 황금빛이 화려한 목조석가여래삼존상은 보물 1550호, 뒤편을 장식하고 있는 석가영산회상도 후불탱은 보물 575호다. 법회나 의식행사 시 대웅전 앞에 세우던 노사나불괘불탱화는 길이 12m, 폭 8m짜리로 보물 1331호다.

오전 9시 20분, 흥국사를 떠나 300여m를 오르면 왼쪽 비알에 흔들바위, 곧 갈림길이다. 왼쪽은 진례봉으로 바로 가는 길이며 오른쪽은 봉우재를 거쳐 가는 길이다. 오른쪽 봉우재 방향 계곡에 길쭉한 바위를 걸쳐서 만든 돌다리를 건넌다. 넓은 길에 납작한 돌을 깔아 만든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길옆 과거 고단했던 민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숯가마터가 눈길을 끈다. 숯가마는 궁궐이나 상류계층이 사용한 특별한 연료인 참숯을 생산한 곳으로 고대 산업 중 하나였다. 영취산에는 10여 곳의 숯가마터가 있는데 그만큼 참나무가 많아 참숯을 대량으로 생산, 공급했던 지역임을 알수 있다. 민초들의 참숯 생산에는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 숯을 한차례 구워내기까지는 약 7일이 소요된다. 광복 직후까지 사용됐으나 산림녹화 국가시책에 따라 전면 폐쇄됐다

오전 9시 30분, 넓은 공터인 봉우재에 닿는다. 오른쪽은 영취산 시루봉, 왼쪽은 영취산 진례봉이다. 시루봉으로 향한다. 이때부터 봉우재진달래군락지로 진달래가 지천이다. 큰바위 사이 틈새나 수분이 있는 곳이면 뿌리를 내려 꽃을 피웠다. 거대한 정원같은 분위기가 난다. 나무계단과 큰 바위 밑을 돌고 돌아 올라서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넓은 암반이 하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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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도솔암, 그 뒤로 진례봉 정상, 그 오른쪽으로 개구리바위진달래군락지, 돌고개진달래군락지가 연이어져 거대한 띠를 이루고 있다.

오전 10시 5분, 영취산 시루봉(418m)은 우뚝한 바위로 돼 있다. 먼 바다에 강풍을 피해 떠 있는 배들은 강한바람에 피항한 것인데 마치 일촉즉발 한차례 해전을 기다리는 전선처럼 보인다.

시루봉에서 회귀, 다시 봉우재로 내려선 뒤 진례봉으로 향한다. 넓은 등산로 좌우에 꽃을 피운 벚꽃나무가 도솔암까지 이어진다.

오전 10시 40분, 도솔암은 고려중기 보조국사(1158∼1210)가 창건한 흥국사 산내 암자 14곳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암자. 중창과 보수 끝에 도의스님이 중건했다. 극락전 비로전 나한전 선방 요사채가 있으며 예부터 산제와 기우제를 지낸 곳이다.

도솔은 욕계(慾界)에 속한 여섯 하늘 중 네번째 하늘. 석가모니도 도솔천에서 하생해 사바의 교주가 됐다. 다음 세상에 올 미륵도 도솔천에 거주한다고 한다.

도솔암을 돌아 나오면 어깨를 나란히 기댄 동자승바위가 보이고, 그 위 산등성이 큰 바위 아래 1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암굴이 등장한다.

오전 11시, 진례봉 정상에 도착한다. 가깝게 석유화학공단의 상징인 하얀 원구형 구조물, 여수와 묘도를 연결하는 여수대교, 다시 묘도와 광양제철소·광양시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서쪽은 여수국가산단이며 북쪽 더 멀리 율촌 제 1, 2산업단지가 바다를 잠식하고 있다.

영취산은 석가모니가 최후로 설법했던 인도의 영취산과 산의 모양이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된다. 동국문헌비고에는 영취산은 흥국사 동남쪽에 위치한 439m봉우리고, 봉우재를 기준으로 동북쪽 510m봉우리가 진례산으로 기록돼 있다. 두개의 산을 아울러 영취산이라 통용돼 있으나 최근 옛 지명 찾기 일환으로 영취산과 진례산으로 나눠 부르고 있다.

이제 영취산 꽃대궐을 실감할 수 있는 진달래터널이 이어진다. 연분홍빛으로 물든 진달래꽃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꽃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는 사람들, 친구 가족 산악회 회원 등이 함께 어울려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대체로 등산로를 중심으로 북쪽이 진달래군락지고, 남쪽이 소나무와 관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름도 예쁜 개구리바위군락지와 돌고개군락지 골망재군락지로 나눠진다.

낮 12시 40분, 돌고개 군락지 인근에서 휴식한 뒤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번에는 태양의 위치 때문에 진달래의 색깔이 더욱 붉고 진하게 보인다.

오후 1시 10분, 진례봉 도착 후 정상에서 흥국사방향으로 향한다. 임도를 만나 흥국사로 연결되는 데크까지 이동한 뒤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흥국사다. 처음에는 안보이던 계곡이 차츰 넓어지고 중간 어디쯤 초록의 난이 무성한 공터에 닿는다. 과거 집터나 전답터였는데 온통 초록의 난이 뒤덮고 있다. 그 자리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가는 구름에 마음을 실어본다.

오후 2시 20분, 흔들바위가 있는 갈림길을 다시 만나고 오후 2시 36분, 흥국사를 지나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의 보물 홍교는 보물 563호로 일명 무지개다리라고 부른다. 건립연대는 확실치 않지만 1639년(인조 17년) 주지인 계특대사가 불타 없어진 흥국사를 재건할 때 세운 것으로 보인다. 계곡 양쪽을 뿌리 삼아 잘 다듬은 화강암 장대석 86개를 서로 맞물리게 한 다음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아치형으로 절묘하게 쌓아 올렸다. 교량 한복판에 용머리 3개를 장식했는데 다리 밑을 굽어보고 있다. 높이 5.5m, 너비 11m 전체 길이 40m로 국내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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