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콤플렉스
카인 콤플렉스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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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경정)
새로운 지방일꾼이 탄생할 6·4 지방선거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근거 없는 중상모략이 세인의 입방아를 찢게 하는 등 과열혼탁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뜻을 같이한 동지(同志)간에 같은 배를 탄 당원끼리 화합을 다지고 서로 협력하여 본선에 나가 상대당 후보와 싸워야 할 텐데 본선에 나가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서로 질투, 반목, 이간 등으로 엉키고 설켜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동지간이나 피를 같이 나눈 동기(同氣)간끼리 그러지 말아야 할 내분, 질투, 반목, 대결하는 심리를 근친증오라고 한다. 이 말은 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로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신(神)의 도움으로 두 사내아이를 낳는데 형이 카인이요, 아우가 아벨이다. 카인은 신이 아우가 바치는 공물만 반기고 자신이 받치는 공물은 반기지 않는데 질투하여 동생을 들판으로 유인 살해한다. 이처럼 인류최초의 살인사건이 근친증오에서 저질러 진 것이다. 이 근친증오를 정신분석학에 도입하여 ‘카인 컴플렉스’로 명명한 것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보드랭이다.

동서고금에 카인 컴플렉스가 자주 언급되지만 서양보다는 동양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심한 편이다. 삼국지에 보면 제갈공명이 동이족과 싸울 때는 정공법보다는 첩자를 잠입시켜 내부 분열을 조장한 다음 정벌하는 것이 손쉽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면 옛부터 ‘배고픈 것은 참아도 측근이 잘돼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후백제의 견훤이 고려 왕건에 투항해 역자징치(逆子懲治)를 요청한 것이나 조선 초기 두차례 왕자의 난이 이를 뒷받침하는 것 같다.

위나라 임금 조조는 조비, 조찬, 조식, 조웅 네 아들이 있었다. 그 중에 재주가 있고 두뇌가 명석한 셋째 조식을 후계자로 삼고 싶었지만 공신들의 반대로 의중에 없는 장자 조비로 왕위를 계승시켰다. 왕위에 오른 조비는 조식에 대한 근친증오에 불탔다. 죽여 버릴 명분을 얻고자 조식에게 무리한 난제를 주었다. “네가 시를 잘 짓는다하니 이 방안에서 일곱 걸음 걷는 동안 시 한수를 지어라, 짓지 못하면 여덟 걸음에 네 목을 칠 것이다.” 이때 지은 시가 칠보시다.

‘콩을 볶는데 콩깍지를 태운다. 콩은 솥 속에서 울어댄다. 콩과 콩깍지는 본이 같은데 서로 태우고 볶기를 왜 이다지 재촉하는가’ 이 시에 조비가 감탄하여 마음을 바꿨는데, 중국에서 현재까지 이 칠보시를 교훈삼아 카인 컴플렉스를 경계하고 있다 한다.

우리도 이번 선거를 통해 사회를 병들게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카인 콤플렉스를 배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칠보시 읊조리며….

박명서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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