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제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와 기초선거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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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지금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여야정당은 제각기 지방자치단체에 출마시킬 후보들을 뽑기 위한 당내경선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기초 자치단체 선거에 정당공천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여야간에 뜨거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여야가 모두 지난 대통령선거 때에 기초 자치단체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기로 공약한 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을 지키지 못해 비난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기초선거에 정당공천을 하기로 하고 이를 진행시켰다. 이에 반해 새정치 민주연합측은 지난 대선 때의 공약대로 무공천을 강행하려고 하였으나 이의 실천이 만만치 않은 데에서 더더욱 정치적 갈등이 증폭되었던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을 거쳐 급기야는 당원과 일반시민의 여론 조사로 공천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면서 문제를 풀어갔다. 여론이 공천제를 찬성하자 슬그머니 이를 받아드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정당이 각급선거에 공천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자유다. 정치적으로 공천을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공천 여부를 선거공약으로 하는 것도 정당의 자유다. 국민들이 공천 여부를 공약하라던가 하지마라고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이 문제가 여야 정당간에 심각한 이슈가 되었을까?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초 자치단체 선거에 정당공천이 불필요하거나 정당공천제가 적절치 않아서가 아니라 공천상에 많은 문제가 있어서였다.

광역자치단체 선거에서는 개별 국회의원이 자기마음대로 단체장의 후보를 선택하여 공천하기가 쉽지 않지만 기초선거에서는 지역출신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들에 대한 공천권을 쥐고 이를 빌미로 횡포를 자행하였던 데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공천을 미끼로 정치자금을 요구하거나 평소에 필요한 자금줄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기초의원을 이권의 대리인으로 앞장세우거나 하수인 다루듯이 하는 폐단 또한 없지 않았다. 이런 요인들이 쌓여 무공천이라는 공약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러한 문제는 공천제가 안고 있는 부작용의 문제였을 뿐 공천제 그 자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였다. 다시 말하면 공천제와 공천제가 몰고 온 부작용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부작용이 있으면 그 부작용을 어떻게 없애야 하는가를 먼저 살펴보고 나서 제도의 존립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른 길이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노력이 하기 싫어 아예 공천제라고 하는 제도의 싹부터 잘라버리려는 시도부터 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지방자치가 정당정치와 반드시 접목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중앙의 복잡한 정당간의 이해 대립이 지방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중앙정치의 이해관계와 관계없이 순전히 지역주민들이 모여 자치적으로 스스로의 복리만을 위해 지방행정을 수행해 나가면 그만인 것이 지방자치다. 좌냐 우냐도 필요 없고 보수냐 진보냐도 소용이 없다. 오직 단체자치와 주민 복리만이 관심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당이 지방선거에 개입하여 공천권을 쥐고 감놔라 밤놔라고 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정당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가 않다. 정당이 국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지방에서 일어나는 각종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살아있는 정당이다. 그러자면 풀뿌리인 민초들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있어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 여겨진다. 아울러 각급 기관에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여 충원(充員)을 시켜주는 정당의 기능도 결코 작지 않은 기능이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정당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정당공천제는 어쩌면 필요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는 이번에 야당이 여론 조사 방식을 통해 애써 공천제를 종전대로 시행키로 한 것은 정당발전을 위해서나 유권자에게 투표의 고민을 덜어주었다는 차원에서도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에 대한 국회의원의 횡포를 어떻게 막느냐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부터 그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김중위 (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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