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을 고치는 고의적인 사용중단
스마트폰 중독을 고치는 고의적인 사용중단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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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시인 김경종은 시편 23편을 각색해 휴대폰서 23장이라는 시를 썼는데 “휴대폰은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휴대폰의 문자가 내 마음을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라고 했다. 휴대폰을 목자라고 표현한 것은 너무 지나친 것이긴 한데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볼 수 있다.

나도 지난 3년간 스마트폰이 인도하는 곳이 쉴 만한 물가라고 생각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하여 노력했다. 그런데 며칠 전 딸애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청첩장을 보내기 위해 막상 봉투에 주소를 적으려고 보니까 친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주소가 없었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카톡 위주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다 보니 주소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특히 오래전에 사귄 분의 주소는 당연히 옛날 것이었다. 어김없이 우편으로 보낸 청첩장은 반송되었다. 그래서 문자메시지와 카톡으로 초청장 이미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럴 경우의 결정적인 단점은 보냈는지, 안 보냈는지를 확인하기도 어렵고 기억은 더더욱 할 수 없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카톡의 그룹기능을 사용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한 번의 클릭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편리한 반면에 정확한 기억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수첩에 있는 연락처를 스마트폰으로 옮기고 나서부터는 모든 게 전화번호 위주로 달라졌다. 전화번호가 바뀌면 친절한 메시지가 오기도 하고 안내 멘트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입력된 내용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주소는 누군가가 직접 이야기해 주지 않는 한 변경된 것을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지난 3년 동안 스마트폰에 입력되어 있는 주소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의 보내기 기능이 아니면 결혼식을 알릴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시인의 감수성은 훨씬 민감하다. 시인 강희근은 스마트폰 소리를 박격포가 떨어지는 소리라고 표현할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그의 시 ‘스마트폰’에서는 “점령군이 인근에까지 몰려오고 있다. 아는 사람들은 거의 생포되거나 머리 흔들어 항복을 표시했다”고 한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스마트폰은 퇴직 후의 생활이 무미건조해질 것을 걱정한 후배들이 애써서 선물한 것이니까 항복이라기보다 적응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항복이든 적응이든 결과적으로 포로신세가 된 건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의 갑작스러운 불통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지난 20일의 SK텔레콤 통신대란이 여실히 보여 주었다. 일상적인 생활이 조금 불편해지는 정도가 아니고 개인은 불안하고 사회 전체는 위험한 상태가 됨을 알게 되었다. 한편 100%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는 대리운전업계는 초비상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불통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메일도 안되고 SNS는 물론이다. 모바일 뱅킹도 안되고 영화관 예매도 할 수 없고 시내버스 출발시각도 확인할 수 없다. 대부분은 이 충격으로 멘붕에 빠져서 헤매게 된다.

이런 불상사를 없애기 위해서는 자발적 불편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편을 지속적으로 감수하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의존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약간의 노력을 해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예를 들면 패스트푸드에 중독되지 않기 위해서 1개월 동안 안 먹기 실천을 한다거나 TV의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시간을 정해 놓고 보거나 특정 요일에는 아예 시청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폰 요금 정액제에 가입하면 LTE 월정 데이터 사용량을 모두 소진하고 나면 안심차단이 된다. 물론 추가 충전을 하면 월말까지 다시 사용이 가능하지만 추가하지 않으면 카톡도 할 수 없고 페이스북이나 애니팡도 할 수 없다. 물론 전화와 문자보내기는 할 수 있다. 매월 1일부터는 다시 정상사용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때까지는 몹시 불편해지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된다. 편리함보다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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