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그 부정적 이름
계모, 그 부정적 이름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미야 (시인, 소설가)
계모,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학대, 악독, 심술 등 부정적인 단어부터 떠오르고 그런 연상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칠곡에서 일어난 계모의 아동학대 사건을 대하면서 가슴이 아프다 못해 허탈한 심정이다. 모진 학대로 아동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피해아동의 언니를 협박해 그 죄를 뒤집어씌운 사건이다. 어찌 그럴 수 있나?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전에도 그런 일이 발생했고, 잊을 만하면 이런 일이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산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아동학대가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계모의 악행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어난다. 우리의 콩쥐팥쥐전의 콩쥐 계모나 서양의 신데렐라 계모가 그러하다. 콩쥐의 계모는 돌밭매기, 밑 빠진 독에 물 채우기 등 모짊을 일삼다가 결국은 행운을 가로챌 욕심에 친딸인 팥쥐와의 공모로 콩쥐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신데렐라 역시 비슷한 이야기구조를 갖는다. 이렇게 본다면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다를 바가 없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은 이혼율이 갈수록 높아간다. 이혼율이 높으면 그만큼 재혼율도 높아지고, 그러면 또 그만큼 계모가 늘어난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사회는 계모에 의한 아동 학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나아가는지도 모른다. 물론 계모라고 해서 다 의붓자식들을 학대하고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니다. 친자식 이상의 사랑으로 가꾸고, 더러는 눈물겨운 이야기도 접하게 된다. 그럼에도 계모라 하면 먼저 부정적 이미지로 다가온다. 어쩌면 그 관계가 맺어지는 그 순간부터 배태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동의 입장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쳤든 계모가 자신의 친엄마의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고, 계모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공력이 헛되다는 인식에 짜증부터 앞설 것이다. 그러니까 관계를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어린 아동을 상대로 하자면 어른이 모든 걸 감싸 안는 포용력을 발휘해야 한다.

인생, 지나고 보면 너무도 짧다. 그 짧은 인생 중에서 계모와 의붓자식으로 만날 경우 그 아이가 성장하는 기간은 더더욱 짧아 몇 년 되지도 않는다. 계모의 입장에서 의붓자식이 성장한 뒤를 상정해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아이에게 상처를 준다면 당하는 입장은 두고두고 어두운 기억을 걷어내지 못해 불행할 것이고, 상처를 준 자 역시 마찬가지로 떳떳하지 못한 기억에 눌려 불행할 것이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과거 경험을 통해 내일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모두 한 발 물러서서 내일을 생각해 보자.

전미야 (시인·소설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