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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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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윤 (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내가 좋아하는 함석헌 선생의 싯구다.

요즘, 선거철이라 이해관계의 요동치는 소리가 세상을 어지럽힌다. 아무리 사바세계가 다 그렇다고 하지만, 자신의 입신을 위해 은인도 없고, 친구도 없는 사람들의 개연성 없는 자기 합리화를 보면, 마치 질 낮은 한 단락 코미디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억지로 끌어다 붙인 변명과 소설 쓰듯 나열된 거짓말이 황사로 덮인 사월의 하늘보다 더 뿌연 세상을 만든다.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힘을 발하는지 욕심이 넘치는 이의 눈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 눈을 마주보며 깨닫는다. 그런 살얼음판 위에 몸집도 작고 깡마른 한 여성이 뛰어들었다. 본인 일도 아니고, 예전에 은혜 입은 분의 일을 자신이 도맡아하고 있다. 후보가 인정스런 성격이 아니라 밥을 먹었는지 굶었는지도 모른단다.

물론 그 여성은 사무실에서 밤 늦도록 일하며 때 거르기를 밥 먹듯 한다. 그렇잖아도 마른 몸집이 막대기에 창호지 발라 놓은 듯하다. 후보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얻어 놓지 못한 인심이 여기저기서 걸리적거리는 훼방꾼을 만나게 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넘어도 넘어도 산만 만나게 하지만, 작은 몸집 어디에 저런 저력이 있는지 한계를 잘도 극복한다. 그 바닥 민심이 먹을 것 넘치는 데로 사람도 몰리는 거 세상이 다 아는데 어리석은건지, 모르는건지 그저 묵묵히 간다. 후보를 흠집내는 인사 앞에선 투사가 되기도 하고, 후보의 어리석음 앞에선 엄한 누나가 되기도 하면서. 그 후보는 나도 잘 아는 분인데 안티가 만만찮은 인사다.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지만 경상도 남자들이 무뚝뚝함 속에 언뜻 숨은 인간미를 가지고 있다면 이 분은 그런 인간미를 보이는 것마저 어색해하는 분이다. 나름 내면의 부드러움을 들춰내고 친화를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부자연스러움의 극치를 연출하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깡마른 그 여성은 마음을 다해 그 후보를 돕는다.

명심보감의 한 구절이 생각나게 하는 그녀 덕에 나 또한 내 주위에 열매를 맺는 꽃이 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오늘, 선뜻 지나간 그녀의 뒷모습이 오랜 잔영을 남기는 이유를 나는 알고 있다. 急難之朋一個無(급난지붕일개무) 不結子花休要種(불결자화휴요종) 無義之朋不可交(무의지붕불가교)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 말지니라.”

이서윤 (경남복지정책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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