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선택제 교사’ 입법예고 내용 유감
‘시간 선택제 교사’ 입법예고 내용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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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25일 교육공무원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14년 2학기부터 시간 선택제 교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년 시간 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시간제 일자리는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연결되었다. 교육부가 도입하겠다고 하는 ‘시간 선택제 교사’는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와 다른 점이 정년 보장이 되는 정규직이라는 것이다. 소정의 자기 수업만 끝나면 퇴근하고, 급여는 그만큼 적게 받는 것 또한 특징이다.

한겨레신문(2013. 11. 29.)은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 14년 상반기까지 도입하기로 한 시간제 일자리 가운데 열에 일곱은 임시직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교육부가 추진 중인 ‘시간 선택제 교사’의 경우는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라고는 하지만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하였다.

현재 시간제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특기적성 교육체제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정규교사까지 시간제로 한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명박 정부의 기간제 교사 도입으로 겪고 있는 후유증도 채 가시지 않은 학교 현장에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과잉 충성해 시간제 교사를 도입하겠다고 하니 ‘한국교총’도, ‘전교조’도 모두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한답시고 2017년까지 3500명의 시간제 교사를 채용하게 되면 헛돈만 쓰고 1750명의 신규교사 일자리만 줄어든다는 것이다. 학교현장과 예비교사들은 현직교사의 시간 선택제 전환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에 대해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라는 국민적 화두로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노력과 고충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교사가 학생지도나 사무분장을 맡지 않은 채 자기 수업만 하고 일찍 퇴근하는 ‘시간제 교사’는 학교 현장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많은 현장교사들의 생각이다. 시간제 교사가 아닌 종일제 정규직 교사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생활지도와 상담을 계속해도 동급생 간 또는 상-하급생 사이에 사망사고까지 연이어 터지는 교육현장을 알기나 하는지…. 일반 행정가 출신이 교육부장관을 맡고 있더라도 교육적 순기능과 역기능은 언제나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정부는 헛돈만 쓰지 말고 그 예산으로 신규교사 수를 늘리는 등 장기적이고 안정성 있는 대책들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모든 정권들이 잔머리 굴리기를 하여 비정규직-임시직-계약직-기간제-시간제 등으로 비정상적인 불안전한 사회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부터는 그러지 않길 기대해 보고 싶다. 비정상적인 불안전한 사회구조가 아닌 정상적인 사회구조가 될 수 있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방침을 수정하거나 재고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 수단으로 ‘시간 선택제 교사’ 체제를 채택하여 우수한 교원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기 저하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독일의 경우, 시간제 교사 체제를 채택하여 운영하였지만 시간 때우기 식의 투잡, 쓰리잡 하는 직업으로 전락하여 교원의 전문성 훼손은 물론 피자 배달하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영국, 네덜란드 등 비교적 정착된 나라도 시간제 교사 임용에 따른 과도한 재정 적자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교사들 입장에서도 보수 문제, 승진 문제, 인사제도 문제 등 문제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시간 비율에 따라 보수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일정한 생계비가 필요한 시간 선택제 교사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보수를 받을 곳에 종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전후·좌우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간 선택제 교사’는 외관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과는 맞지 않는 측면이 많고, 간극 또한 심각하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은 연습용이나 실험용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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