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겨운 3류 코미디 정치쇼’
‘역겨운 3류 코미디 정치쇼’
  • 경남일보
  • 승인 2014.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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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여야의 기초선거 무공천 논쟁은 우리 정치에 진지함이나 정직함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무공천은 새민연이 스스로 내세웠던 합당의 고리이자 창당의 최대 명분을 버렸다. 새민연이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두고 그간 우왕좌왕하다가 끝내 철회, 이른바 ‘도로 공천’을 선택한 셈이다. 민주당과 신당간의 통합의 배경인 무공천 고리가 우스운 꼴이 됐다. 말 그대로 ‘새정치’를 목숨처럼 내걸고 만든 무공천을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53.4%를 근거로 철회 입장을 따른 것이다.

공약을 파기해 혼선을 초래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도 훨씬 무겁다. 새누리당이 변변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채 안철수 대표 등 새민연을 비아냥대는 데 앞장서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꼴이다. 여야는 이쯤 되면 얼굴을 들 수 없는 처지고 할 말을 잃고 자숙을 해야 옳다. 새누리당은 먼저 약속을 깬 자신의 허물은 돌아보지 않은 채, 새민연 의 입장 변화를 나무라고 있다. 최소한의 염치도, 상식도 없는 이런 정치의 맨 얼굴을 봐야 하는 국민들은 괴롭고 참담하다.

안 대표 ‘새정치, 舊정치 뺨칠 정도’

안 대표도 자신이 한 약속을 스스로 어기면서 그간 보여준 ‘새정치는 구(舊)정치를 뺨칠 정도’였다. 간만 보는 안철수의 허울뿐인 새정치의 바닥을 보니 허무만 남는다. 구태 정치의 청산을 바라며 ‘안풍(安風)’을 일으켰던 유권자들의 염원은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안 대표는 2012년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했다. 2012년 대선 때는 후보를 사퇴,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했다. 올 초엔 독자 신당 창당을 포기했다. 무공천을 철회함으로써 4번이나 ‘철수정치’를 했다. ‘안철수식 새정치’의 실체와 한계점도 자연스럽게 드러냈고, 국민들도 알게 됐다. 국익과 민생을 내팽개치고 비생산적인 정쟁에 몰입하는 기성 정치권에 대국민의 불신이 크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국민들은 열광했다. 그런 국민적 열광은 끝내 실망으로 돌아왔다. 지키지도 못할 방안들을 ‘새정치’라고 포장해 내놓고 번번이 ‘철수’했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새길 필요가 있다.

여야는 대선 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초선거 공천폐지 문제는 정쟁의 대상으로 변질돼 그간 소모적인 논란을 거듭해 왔다. 여야가 2012년 총선·대선에서 기초선거 공천의 여러 폐해를 거론, 폐지를 앞다퉈 공약하더니 막상 선거가 닥치자 약속을 뒤집은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야 모두 공약 파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약을 한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과는 무관한 남의 일인 것처럼 끝까지 외면한 것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애초 무공천을 여야가 대선공약과 당론으로 채택한 건 ‘공천이 사천’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당협위원장인 국회의원과 중앙당 지도부에게 대가성 뇌물이 오가고 주종관계가 형성되는 등 폐해가 컸다.

문제는 착각은 자유로, 사람은 누구나 착각을 범한다. 안철수 신당과 합당, 안철수만 끌어들이면 ‘지지율이 대박날 것’이라 기대했던 민주당의 생각은 착각이었다. 합당 후 ‘안철수 효과’는 별로였다. 오히려 역효과 조짐마저 보였다. 신당지지율도 ‘도로 민주당 수준’으로 떨어졌고, ‘안철수 파워’도 신통찮았다. 합당이 착각이 될 때는 ‘쪽박당’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무공천 싸움, 마침표 찍고 민생 눈 돌려야

이제 안철수에게 ‘새정치는 없고, 매장’됐다. “단일화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지만 ‘구역질나고 역겨운 3류 코미디 정치쇼, 기회주의 정치의 본색’이 드러난 것뿐이다.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지켜보는 국민들은 놀림당한 기분이다. 기초선거 공천-무공천 싸움 논쟁은 마침표를 찍고 민생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타협보다 집권당은 독선과 아집에다 야당의 사사건건 반대도 청산해야 한다.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국익과 국가를 지켜야 할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초등학생 수준도 못되는 객기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과연·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이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은지 묻는다. 국민들은 한숨만 나온다는 여야의 개혁공천, 상향식공천, 전략공천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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