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7000만년, 인간사 무색한 지구의 속살
1억7000만년, 인간사 무색한 지구의 속살
  • 최창민
  • 승인 2014.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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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선정 100대명산<98>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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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죽순처럼 솟아난 울산바위, 말귀처럼 생긴 마이산, 화산폭발로 무너진 한라산과 백두산, 특이한 생김새에 궁금증이 인다. 인수봉과 백운대로 대표되는 거대한 화강암괴 북한산도 그런 궁금증을 유발하는 산 중의 하나다.

북한산은 화강암산이다. 아주 멀리서 봐도 허연 속살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렇다. 북한산은 지구의 속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밝혀진 사실로 북한산 화강암은 약 1억7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 생성됐다고 한다. 화강암은 지구 땅속에서 끓고 있는 격정의 마그마로부터 시작된다. 땅속 깊이 이글거리던 마그마가 어느 시기에 약한 지반의 틈을 뚫고 분출하게되는데 이때 지표에 노출돼 굳어지면 용암. 올라오다가 어떤 장애물을 만나 지표로 나오지 못하고 갇혀 굳어버리면 화강암이다. 북한산은 후자의 것으로 마그마가 지표면의 장애물인 편마암 변성암을 만나 땅속에서 굳어진 화강암이다. 갇혀 있던 화강암이 어떻게 지표로 드러나 북한산이 됐을까. 간단하다. 훗날 화강암을 덮고 있던 장애물 즉 지표물질 변성암이 오랜 시간 빗물과 풍화작용에 의해 깎여내려가면서 고스란히 노출 된 것이다. 이때 화강암을 짓누르는 무게가 줄게 되고 동시에 지하에서 부력까지 발생하면서 치솟아 올랐다. 결국 북한산은 땅속에 갇혀 형성된 화강암이 위에서는 깎이고 아래에선 치오른 거대한 마그마의 변형, 지구의 속살인 것이다.

북한산은 경남도민들에게는 이름만큼 멀게 느껴진다. 서울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어감적으로도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한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웬만큼 산을 탔다는 사람들은 북한산을 그리 멀게 느끼지는 않는다.

특히 최고봉 백운대 정상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비롯해, 인수봉이 암벽등산가들의 훈련장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상 도내의 산꾼들도 당일 코스로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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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를 오르내리는 등산객


▲북한산(北漢山)은 서울시 도봉 강북 종로 은평구와 경기 고양 양주 의정부에 걸쳐 있는 산. 높이 837m이며 198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서울은 39㎢, 경기는 41㎢를 점하고 있다.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 3봉이 뿔처럼 삼각형으로 나란히 솟아 있어 삼각산이라고 부른다. 신라 때에는 부아악으로 불렸다.

▲등산로는 서울 강북 우이동 버스종점→북한산사무소우이분소→ 우이천→북한산이정입석→들머리 데크→하루재→경찰산악구조대→백운산장→백운봉암문→백운대정상(하산)→ 백운봉암문→약수암→대동사→보리사→북한동역사관→은평구 진관동 북한산성입구. 10km에 휴식포함 6시간 소요됐다.△산행 전→진주 5시 20분 출발 서울행 시외버스→남부시외버스터미널→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4호선 수유역→우이동행 120번 시내버스 종점→우이동 들머리. △산행 후→구파발행 시내버스→구파발 지하철 3호선→남부터미널

▲10시 10분, 서울 우이동행 시내버스 차창너머 허옇게 보이는 산이 북한산이다. 시내버스 종점에 내려 바위산 방향으로 향한다.

들머리 양 옆에 각종 아웃 도어매장이 줄지어 있다. 아웃도어의류점이 크게 늘어난 것은 등산 열풍과 함께 기능성제품의 실용성에 매료된 때문이다. 유명메이커의 가격정책과 등산인들의 고가품 선호도 한몫해 거품까지 붙었다.

10시 20분,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분소에 도착한 뒤 물길을 오른쪽에 끼고 다시 오름짓을 한다. 연초록의 이파리가 돋아나는 수림 사이로 어슴프레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의 위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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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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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봉 뒷편 절리
‘북한산국립공원’ 대형 이정입석을 지나면 10시 40분 산에 오르는 테크시설을 만난다. ‘백운대 3.2km 하루재 1.8km’ 이정표. 도선사로 가는 데크로와 흙길을 이용하는 등산로가 갈린다. 흙길 하루재방향으로 오른 뒤 중간에 청와를 인 도선사가 멀리 보인다.

11시 40분, 하루재, 이정표는 ‘경찰산악구조대 200m’를 가리킨다. 정상 백운대까지 1.4km를 남겨 둔 지점이다.

재를 넘어 고도를 낮췄다가 안부에서 경찰산악구조대가 있는 곳에 닿는다. 암벽등반가들이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해 아예 구조대를 산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지난달 16일 인수봉 정상부근에서 티코만한 바위가 떨어져 밑에서 쉬고 있던 등산객 1명이 파편에 맞아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지난해 10월에도 있었다. 인수봉 백운대 바위산으로 인한 등반사고소식이 종종 들려 온다. 이날도 인수봉에서 암벽을 타는 산악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산 중턱에서부터 하늘을 울린 굉음은 러시아제 헬기소리였다. ‘또 사고인가’ 했으나 공원시설을 하기위해 건축자재를 옮기는 헬기였다. 인수암자 뒷 배경에 인수봉이 우뚝하다.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형 비류와 함께 이곳에 올라 도읍을 정했다 한다.

성근 바위길이 끝나면 경사 큰 곳에 데크가 나와 편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12시 24분, 백운산장 앞마당에는 등산객이 쉬어갈 수 있는 시설들이 있어 휴식하며 끼니를 해결할 수가 있다.

주릉에 올라서면 백운봉암문이다. 백운대와 만경대 사이에 위치한 암문은 북한산성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성문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위문으로 불렸다. 비상 시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비상출입구로서 산성의 방어력을 높이기위해 고갯마루나 능선에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암문을 넘어가면 북한산성 입구 방향이지만 성을 따라 백운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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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와 노적봉.
거대한 화강암, 북한산의 속살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는 구간이다. 반면 위험하기도 해 안전사고에 신경써야한다. 사진촬영을 위해 철제안전시설을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삼가야할 행동이다. 등산로는 바위허리를 가로질러간다.

중국 유명산의 바윗길을 방불케하고 하늘길을 걷는 기분이다. 아래로 인수봉에 달라붙은 암벽등반가들의 느낌을 조금은 알것 같다.

인수봉에는 80여개의 암벽루트가 있다. 하루재 기준 맨 오른쪽에 ‘고독의 길’이라는 루트가 있다. 초보 루트지만 페이스와 크랙 생김새가 독특해 고수도 찾는다. 동굴을 지나고 최상부에서 귀바위의 위용을 볼수 있다. 1927년, 언더우드박사가 초등했다고 알려져 있다. ‘인수B’ 는 인수봉의 전설이다. 멍텅구리홀드, 항아리크랙, 용의 발자국이라는 밴드가 있다. ‘취나드A’는 주한미군 중 한사람이 1963년 개척했다. 고난도의 오버행, 힘이 많이 드는 똥크랙도 있다. 이외 명품 코스인 빌라길, 비둘기길이 차례대로 있다.

1시가 채 못돼 정상에 닿는다. 백운대 정상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그 앞에는 이은상님의 통일서원이라는 시.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조국강산 겨레도 나라도 하나이기에 피와 사랑으로 한덩이 되어 우리 손으로 통일을 이루오리다./

정상바닥에 3.1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새긴 기록문도 있다. ‘경천애인’이란 글자와 함께 “독립선언문은 기미년 2월 10일 최남선이 작성했으며 3월 1일 탑동공원에서 자신이 독립선언만세를 도창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음각시기는 3.1운동 이후로 추정되며 거족적 독립만세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후세에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긴이는 독립운동가 정재용이다. 백운대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같다. 멀리 도봉산과 산 아래 연무 사이로 서울시가지가 침침하게 보인다.

일행은 점심 후 암문을 넘어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로 방향을 잡았다. 정상에서 4.2km가 된다.

2시 45분, 대동사 앞을 지나 하산을 재촉한다. 계곡 너머 오른쪽 하늘에 보이는 화강암괴가 원효봉이다. 3시 10분 북한동역사관에 도착한다.

북한산성은 각 산봉우리를 연결한 성으로 길이 12.7km에 이른다. 축성 이후 한번도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조정에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성 축조안에 제기됐으나 실제는 1711년 숙종 37년에야 쌓았다. 임금이 머무는 행궁을 비롯해 장대 창고 승영사찰 등이 있다. 사적 162호.

북한동역사관은 북한동마을을 철수시키고 당시 마을 생활 상을 보존한 역사관이다. 마을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산 화강암 봉우리는 왼쪽 원효봉에서부터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이 이어진다. 북한천 계곡의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면 어느새 사람들이 북적이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숨가쁜 도시다. 4시 10분을 가리켰다.

최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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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로 오르는 하늘길. 맞은편은 만경대와 노적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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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43s
북한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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