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큰 바위도 언젠가 바람 앞에 사라지겠지
이 큰 바위도 언젠가 바람 앞에 사라지겠지
  • 최창민
  • 승인 2014.04.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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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99>설악산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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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울산바위가 참 신기하다. 군계일학 특이한 모양새가 그렇고 울산이란 지명이 들어간 것도 그렇다. 또한 설악산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권금성과는 별도로 약간 거리를 두고 기묘하게 서 있는 것도 그렇다.

서울 북한산은 1억6000만년 전 지하 깊숙한 곳 마그마의 관입 후 굳어져 지표에 드러나면서 생겨났다. 울산바위도 화강암산이니 이와 비슷한 생성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자연과학적으로는 그렇다.

울산바위에 얽힌 이런 전설은 어떤가. 태초에 조물주가 우리나라에 가장 아름다운 산을 만들기 위해 전국의 내로라 하는 돌산들에게 금강산에 모일 것을 명령했다. 이 소식을 들은 울산바위가 울산에서 뒤늦게 출발했다. 엉금엉금 금강산으로 향하던 울산바위는 멀고 먼 거리에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고, 해는 서산에 져 강원도 양양 부근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아뿔사, 잠시 쉬려던 것이 늦잠을 자고 말았다. 깨어보니, 이미 금강산 일만 이천봉은 완성돼 울산바위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방심이 화근, 잠을 청한 것을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그런데 낙심하고 둘러보니 설악산이 금강산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냥 설악산에 눌러앉게 됐다. 허무개그처럼 들리는 울산바위 전설은 이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고 뒷얘기도 있다. 명산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비유적으로 극대화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금강산도 훼손하지 않고 설악산을 최고의 명산으로 지칭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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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


▲설악산은 강원도 속초시와 양양군·인제군·고성군에 걸쳐 있는 산. 한라산 지리산과 함께 우리나라 최고 경관의 명산이다. 높이 1708m. 신성하고 숭고하다는 의미로 설뫼 설봉산으로 불렸다. 금강산을 서리뫼로 부르는 것은 대비다. 1970년 국립공원으로, 1982년 8월 국내 처음으로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가을부터 눈이 내려 여름이 시작될 때까지 쌓여 있다. 취재팀이 갔던 4월말에도 산 곳곳에 눈이 쌓여 있었다.

▲등산코스는 설악동탐방지원센터(소공원)→신흥사→내원암골→안양암→내원암→흔들바위(계조암)→울산바위(하산)→흔들바위→신흥사→설악동탐방지원센터 회귀. 7.6km에 4시간 10분 소요됐다.

설악산은 현재 울산바위코스 비선대 코스 오색 등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봄철 산불방지와 해빙기 탐방객 안전을 위해 내달 15일까지 통제돼 있다.

▲주말 이른 아침, 설악동탐방지원센터로 향하는 도로 옆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토왕골이 이국적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토왕성폭포의 경이로움이 시선을 끈다. 왼쪽에 경원대길, 솜다리봉을 비롯해 전설의 릿지구간 ‘별을 따는 소년’이 있고 오른쪽에 하얀 비단을 걸어 놓은 것처럼 토왕성 폭포가 위치한다. 가히 하늘의 폭포라 이를 만하다. 주변에는 아직도 눈과 얼음이 군데군데 쌓여 있다.

토왕성은 토성왕이 쌓은 성이고 토왕성폭포는 산중에 있는 국내 최대 최고의 폭포다. 상단 150m 중단 80m 하단 90m 3단짜리로 총 320m에 달한다. 전설의 릿지구간에는 암벽과 빙벽을 타는 사람들이 많다. 사고가 잦은 위험한 구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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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안개 밑으로 별을 따는 소년과 토왕폭포가 보이는 토왕골 전경


▲오전 8시, 설악동탐방지원센터주변 소공원과 권금성케이블카승강장을 지난다. ‘울산바위 3.8km, 대청봉 11km’ 이정표가 몇개 서 있다.

신흥사 일주문을 통과하면 오른쪽에 청동 무게만도 108톤, 높이 14m가 되는 통일대불이 앉아 있다. 민족통일의 염원으로 대덕스님을 비롯한 2000만 불자들의 발원, 7000만 겨레의 정성으로 건립했다고 돼 있다. 1987년 8월 착공해 1997년 10월 점안대법회를 가졌다.

신흥사입구 신흥교 갈림길에서 오른쪽이 울산바위방향이다. 직진은 비선대 금강굴 마등령 공룡능선 혹은 대청봉으로 간다. 설악산은 현재 고산지대 전 구간이 통제돼 있다.

신흥사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절이다. 중심전각 극락보전은 조선시대인 1647년(인조 25)에 지었다. 오른쪽 울산바위로 향한다.

내원암골 교량을 건너 안양암 앞을 통과한다.

국립공원답게 등산로는 정비가 잘 돼 있으나 요즘도 공원구역 내에 상업시설이 있는 것은 특이하다. 막걸리와 음료수 음식 등을 판매하는데 산 아래에서 짐꾼들이 직접 지게에 져 날라 물품을 공급해주고 있다.

오전 9시, 이런 상업시설은 내원암 지나서 흔들바위 못 미친 곳에도 하나 더 있다. ‘쉬었다 가시라’는 주인의 말이 고맙게 들려야하는데 편하지가 않다.

상업시설 약간 못 미친 지점 너럭바위에서 숲속 위 울산바위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구간이 나온다. 좌우로 거대한 화강암이 솟아 있다. 거대한 화강암도 영겁의 시간 앞에선 풍화되고 닳아 없어지게 마련. 울산바위는 아직까지 화강암으로 건재하지만 일부 썩은 바위 석비레는 등산로 곳곳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깔려 있다. 이런 사실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제목의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아무리 단단한 것일지라도 비, 바람 시간 속에서는 사라질 뿐이다는 의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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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 최고의 경관, 왼쪽이 내설악 방향이고 바위산 오른쪽 너머가 속초시가지와 동해가 보인다.


오전 9시 40분, 곧이어 설악산의 상징 흔들바위가 나온다. 중 고교시절 수학여행 때 한번쯤 와 봤었던 곳이다. 그 뒤 바위 밑에 있는 계조암 석굴은 신라 진덕여왕 6년(서기 652)에 자장율사가 건립했다. 본래는 자장 동산 봉정 세 조사가 수도했으나 훗날 원효대사 의상조사에게 계승했다하여 계조암이라 부르고 있다. 가장 예쁘게 생긴 목탑바위 밑 굴속에 암자가 있다.

계조암을 떠나 오름길을 재촉하면 너럭바위가 또 하나 나온다. 맞은편을 보면 가까운 곳에 소나무가 산 능선을 따라 외줄로 자라는 것을 볼수 있다. 이는 소나무와 참나무가 햇빛을 서로 많이 받기위해 경쟁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소나무는 당초 산의 중턱에 살았다. 하지만 참나무를 비롯해 잎이 넓어 햇빛을 잘받는 활엽목이 침엽수인 소나무자리로 치고 들어오면서 소나무가 활엽목에 치이게 된다. 이어 활엽목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햇빛을 적게 받는 침엽수 소나무를 능선으로 밀어 올리게 된다. 결국 침엽수인 소나무는 햇빛의 장애가 없는 능선으로 밀리게 되고 소나무는 능선에만 한 줄로 자라게 되는 것이다.

서어나무와 사람주나무에 대한 얘기도 있다. 서어나무의 몸통은 울퉁 불통 근육미가 느껴져 ‘근육질의 회색거인’으로 불린다. 반면 사람주나무는 밝고 매끄러운 여자의 피부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울산바위 오르는 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높은 경사도에 철계단이었으나 안전사고의 위험으로 인해 2013년 철거됐다. 지금은 나무로 만든 계단으로 재정비해 놓아 비교적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울산바위의 아름다움은 8부 능선에서부터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필시 조물주가 빚은 조각일 것이다.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과연 설악산의 대표 풍경이라 할만하다. 해발 873m 둘레 4km에 달하고 마그마에서 출발해 형성된 단단한 화강암산이다.

실제 울산바위는 울산과 관련한 전설과는 달리 ‘울처럼 서 있다’는 의미의 울타리바위다. 동국여지승람에 그렇게 기록돼 있다.

오전 10시 20분 울산바위 정상에 선다. 멀리 동해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외설악 청초호 영랑호가 조망된다. 내설악 쪽으로는 주봉 대청봉을 비롯해 주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제일 왼쪽 대사의 머리를 닮은 달마봉, 곡식을 쌓아 놓은 형태 노적봉, 몽고의 침략을 막기 위해 권씨 김씨성을 가진 장수가 하룻만에 쌓았다는 권금성, 꽃보다 예쁜 화채봉, 대청봉, 중청 소청 공룡능선까지 불꽃같은 바위산이 촘촘한 마루금을 형성한다.

울산바위는 그 자체만도 설악산 최고의 경관인데 아울러 내·외설악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까지 갖추고 있으니 지나치게 이기적인 산이다.

최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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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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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 너머로 소나무가 산 능선에 줄지어 자라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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