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럽다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럽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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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과연 대한민국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무엇을 해 왔는가.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생명조차 지켜 주지 못하는 국가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0일째다. 국민 모두가 함께 울고 애타는 심정으로 구조현장을 지켜봤다. 하나같이 안타까움, 낙담, 비탄, 무력감, 죄책감, 분노의 시간을 보냈다. 희망의 끈을 아직도 꼭 붙잡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하루하루가 절망뿐이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럽다.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내팽개치고 도망 나온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함이 부끄럽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에만 급급했던 해운사의 부실운영을 방치한 것도 창피한 일이다. 이리저리 책임을 떠밀고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행동을 일삼는 고위 공무원의 자세도 부끄럽다. 온 국민의 슬픔과 오열을 무색하게 만드는 SNS 장난 메시지와 유족에 대한 잔인한 인신공격도 참으로 미안하고 부끄럽다.

무엇보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인명피해를 안겨준 구조시스템도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해난사고는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세월호도 초기대응만 잘 했더라면 많은 인명이 구조될 수 있었다. 되돌아보면 순간순간이 너무나 아쉽다. 일본은 해난 구조율이 96%나 된다. 해상사고 구난체계가 잘 갖춰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해상보안청의 특수구난대가 순시선과 항공기를 동원해 구조활동을 벌이는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평소에 각종 악조건에서 어떻게 구조활동을 할지 철저히 준비하고 훈련해 왔기 때문에 높은 인명 구조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상사고 통계를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근 5년간 해양 교통사고는 총 3770건 발생했다. 사상자 1226명 중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인원이 절반을 넘는 642명이나 된다. 등록선박 대비 사망·실종률은 0.15%로 주요 선진국들보다 2배 이상 높다. 사고원인도 기상악화와 같은 불가항력에 의한 사고는 28건에 불과하고 대부분 운항 과실, 선체 결함, 기관설비 취급불량 등이다. 우리나라의 해난구조 실태와 선박 안전관리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해난정책도 곳곳에 구멍이 나 있다. 우선순위에 밀려 총체적 부실상태를 이어 왔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재난관리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2010년부터 지휘체계 일원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도 시스템 작동은 멈춘 상태다. 해상관제망(VTS)은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으로 쪼개져 제 구실을 못했고, 사고발생이 한참 지나서까지 대책본부가 분산 설치되어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실했다. 가장 기본적인 탑승자·실종자 통계조차 정확하게 집계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중이용 선박의 안전관리 내실화를 위해 매뉴얼을 정비하겠다던 해양경찰청의 약속도 말 뿐이었다. ‘민관군 자원 최대 투입과 신속한 생명구조’라는 방침과는 달리 세월호 침몰 초기에 헬기 1대와 경비정 16척을 투입한 것이 고작이다. 해양구조 전문가 양성도 엉성하다.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가 해양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해양사고나 해난구조 관련학과는 없다. 대학에서조차 해양사고 전문가를 양성하지 않고 있으니 제대로 된 구조인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 경남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경남은 남해안을 안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여객선과 어선이 수시로 다닌다. 세월호 참사 후 안전점검과 사고예방을 위해 발 빠른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강원도처럼 민관군 합동으로 해난 대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시·군별로 수색이나 구조에 활용할 수 있는 어선 세력과 인명구조와 수색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에 대해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필요하다. 예산이 필요하다면 다른 예산을 줄여서라도 시급히 대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국민의 생명보다 더 가치 있는 정책은 없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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