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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떠 있는 저 돌다리 너머 집 한 채
안개 속에 떠 가네 방향은 이미 지워지고
시간도 흐려져서 도무지 알 수 없네.
누가 나를 이 무기력으로부터
건져 올려다오 걷어다오.
-이기영
지워진 방향도, 흐려진 시간도 저 안개 속에서 오롯이 다시 또렷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저 물길, 돌다리 위로 저벅저벅 꽃다운 목숨들이 하나씩 둘씩 걸어와 주었으면 좋겠다. 지상의 몹쓸 것들 몇몇이 저들끼리 눈치보며 제 이름 낼 기회만 살피는 이 무기력한 세상, 차마 목숨이라 부르기엔 혀끝이 비린 몹쓸 것들만이 판을 치는 세상. 세상을 바꾸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나부터 바꾸는 일임을 다시금 되새기는 날이다. 그리하여 이 무기력으로부터 아등바등 스스로 일어서야 할 때이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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