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와 인내가 필요한 시기
절제와 인내가 필요한 시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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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세월호’ 사고로 온 나라가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과 아픔을 겪고 있다. 벌써 10일째다. 너무나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이런 인재가 다시는 이 땅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도록 잘잘못이 정확하게 가려지고 그에 대한 정확한 심판과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의 진상규명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자칫 이미 엄청난 상처를 입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가해자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하면서 피해자에게 또다시 아픔과 고통을 주었던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한 번 더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는 섬세한 배려의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온 국민이 흥분하고 분노하고 있어 걱정이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여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 주어야 한다고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되어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를 보면 전 국민이 이 사건의 형사가 되어 수사를 하고, 검사가 되어 기소를 하고, 판사가 되어 판결을 하고 있다. 또 온 국민이 언론사의 기자나 방송사의 앵커가 되어 수도 없이 많은 기사와 보도물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은 선장이 배를 버리고 도망간 바람에 너무나 많은 선장들이 나타나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정확한 진상규명과 사태수습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처신이 부적절하고 부정확하기 때문에 온 국민이 흥분하고 분노하고 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모든 면에서 다소 지나친 감이 있으며, 오히려 그 지나침 때문에 진상규명이나 사태수습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니 이제 감성적인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이성적으로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배를 버리고 도망간 선장에게 2697년의 형벌을 구형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위에서부터 바닥까지 총체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 사회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시간을 가지고 더 오래 참고 인내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아직도 세월호에는 우리의 많은 아들딸들이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부모들도,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세월호에 갇혀 있다. 그러니 이제 우리 모두 세월호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서로가 저 맹골수도의 거친 바다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감정적인 말과 행동은 자제하고 절제와 인내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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