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사월을 보내며
참혹한 사월을 보내며
  • 경남일보
  • 승인 201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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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필자가 이제껏 살면서 이처럼 참담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을 이 세상에서 이별했을 때보다도 더 슬프다. 세월호 때문이다.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고로 인해 27일 현재 사망자 187명, 실종자 115명으로 우리에게는 타아타닉호보다 더 큰 참사로 기억될 것이다.

그 동안 거의 모든 공중파 텔레비전이 현장을 생중계해 왔고 도하의 언론들과 SNS는 관련 소식들을 퍼 날랐지만 우리의 후벼 패인 마음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고 어찌하여야 할 것인지를 모르는 형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진도 앞바다에서 중계되는 장면을 보고 탄식과 한숨과 눈물을 흘리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는 우리의 현실을 냉혹하게 점검하고 비록 사후약방문이 되었지만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여러 분야에서 여러 전문가들의 처방이 있어왔고 그 부분에 있어 어느정도 공감이 가지만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지적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빠른 경제성장을 구가해오면서 파상되는 모든 문제들은 모두 그 그늘 속에 숨겨두었었다. 그 결과 이제까지는 어떤 문제가 드러나면 그때마다 미봉의 처방으로 수습해 놓고는 금방 잊어버리려 애써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겪어 나가면서 가장 사람들의 화제에 오르는 일이 선장의 처신이었을 것이다. 심지어는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으로는 세계 선장 관련 단체에서는 선장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대사를 잠시 살펴보면 1965년 월남 파병을 위해 훈련 중이던 병사가 실수로 떨어뜨린 수류탄에 자신의 몸을 던져 부하들을 구했던 강재구 소령 말고는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위해 희생한 우리네 공인들의 사례가 떠오르지 않는다.

인사 청문회 때마다 청문 대상자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어도 일반 국민들은 무덤덤하고 정치인 저들만의 갑론을박으로 끝나는 모습들에서 심각하게 부패하여 그 상처의 통증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현실, 이제는 수술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우리의 심각한 병리중의 하나는 원칙이 무시된 융통성이다. 우리는 이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원칙을 지키려 하는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풍조마저 있다. 필자가 지난 2년간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답답하게 경험한 것이 저들의 원칙주의였다. 물론 저들의 상류사회로 올라가고 보다 깊숙한 곳에는 필자가 일상에서 경험하지 못한 저들만의 융통성이 적용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법이다(It is the law.)‘라고 쓰여 있는 것은 철저하게 지켜졌다. 주차 요금 투입기에 투입한 요금보다 오래 주차 하였을 경우 어김없이 추가요금 부과되어 있었고, 운전면허를 발급할 때 똑같은 서류를 나란히 앉은 네 사람이 똑같이 꼼꼼하게 살폈다. 크루즈 선에 승선할 때 화재와 침몰에 대비한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승객에게는 승선이 거부되었고 승객들은 모두 진지하게 훈련에 참여하였다.

이제라도 우리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것들을 가장 기초적인 일부터 원칙에 입각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무슨 일이든지 규범과 규정이 있어서 그 규범과 규정대로 시행하자. 그 길만이 문제가 치유되고 우리가 새로워 질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시절을 통틀어 언제나 통용되는 위로의 경구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사건도 그렇게 지나간다면 차디찬 바닷물에 스러져간 영혼들에게 영원한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지내 버리지 말자.
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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