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보도
재난보도
  • 이홍구
  • 승인 2014.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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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창원총국장)
2005년 영국 런던 시내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과 버스 등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네 차례의 테러로 30여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런던은 혼란상태에 빠졌다. 당시 언론은 피해자 수를 파악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영국정부의 일관된 발표는 단 하나였다. “기다려달라. 아직 정확한 집계가 끝나지 않았다.”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에 따라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까지 피해자 수를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오보와 과열취재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사회의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언론보도 양태는 우리를 더욱 절망케 했다. 검증되지 않은 오보와 자극적이고 격앙된 선정성. 그 속에서 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 가치인 ‘신뢰’는 무너졌다.

▶대구지하철사고가 일어난 지난 2003년, 당시 한국언론재단과 한국기자협회는 ‘재난보도준칙’제정을 추진했으나 초안만 만들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세월호 재난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7일, 한국기자협회는 뒤늦었지만 성명을 내어 “이번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재난보도준칙’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방송기자연합회도 지난 23일 재난 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근접취재나 인터뷰 등을 자제하자는 ‘긴급 취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했다.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어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인 스스로의 통렬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통곡, 아비규환, 아수라장과 같은 단어가 난무하고 마녀사냥식 호들갑 보도로는 언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담담하고 차분한 사실보도, 그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현실이 부끄럽고 죄스럽다.

이홍구 (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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