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유감(獨居老人 遺憾)
독거노인 유감(獨居老人 遺憾)
  • 경남일보
  • 승인 2014.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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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야 (시인, 소설가)
어쩌면 내 신상의 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도 같아 선뜻 내키지가 않지만 그래도 엊그제 겪은 일에 대한 불쾌감이랄까 찜찜한 기분이 며칠이 지나도록 영 삭여지지가 않아 펜을 들었다.

외출에서 돌아와 막 자리에 앉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문을 열고 내다보니 낯모르는 여인이 서 있었다. “어떻게 왔느냐”는 물음에 대뜸 한다는 소리가 “독거노인 조사를 하러 동사무소에서 나왔노라” 하는 것이었다. 낯모르는 여인의 느닷없는 방문이라는 사실도 그렇지만 ‘독거노인 조사’라는 말에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벙벙하기만 했다. 더군다나 말투도 조심스러운 구석이라고는 없었고 말이다.

거듭 확인하고 나서야 정부에서 행하는 일 중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즉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에 대한 실태조사쯤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쯤 이해하고 나자 뭔지 모르게 먹먹해지기만 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더군다나 “실태조사를 해가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니 대뜸 한다는 대답이 “한 달에 두 번 방문해 대화를 해 주고 전화를 해준단다”. 그 대목에서는 화가 나기도 했다. 막말로 죽었나 안 죽었나 확인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다른 건 모르겠다는 것이고.

나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독거노인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뭐랄까, 노인이라는 것도 아직은 나와는 먼 무엇이고, 비록 혼자 거주해도 자식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매일 연락을 취하며 살다보니 독거란 느낌도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찾아와 독거노인이라며 한 달에 두 번씩 죽었나 안 죽었나 방문하고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는 말에는 그저 당황스럽고 화가 날 수밖에.

물론 주민등록부상 사회적 합의에 따라 구분해 놓은 노령층에 접어들었고 또한 독거(獨居)로 나왔으니 저들은 그저 정해진 매뉴얼대로 접근을 한 것이겠지만, 그 접근방법에도 나름대로 갖춰야 될 최소한의 양식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이제 노인으로 취급하는 나이에 들어선 사람들은 그런 말을 들으면 상실감이 크다. 그런 반면에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저런 것들을 감안하면 대상자들에게 최소한 상처를 주는 말은 피해야 되지 않겠는가.

조사원이 돌아가고 난 다음 동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에 조사원이 정말로 동사무소에서 나왔는지 확인할 길도 없던데 신분을 나타낼 만한 어떤 표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하고, 다녀간 조사원에 대한 예를 들면서 최소한의 소양교육은 시켜서 내보내야 될 게 아니냐고 했더니 수긍을 하긴 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개선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 나라의 복지정책과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진정을 가지고 일에 임하는지 말이다.

전미야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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