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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와서 어르고
비바람 호통 치고
태어나려 긁던 손톱
병아리가 알을 깨기 위해 알 속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그 쪼는 소리를 듣고 어미가 밖에서 맞쪼아주는 것을 ‘탁’이라 한다. 이 안팎의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오래 막혔던 숨통 하나가 우주 속에 뱉어진다. 이 줄탁동시의 숭고함이 어찌 알에서 나는 목숨들뿐이겠는가. 우리도 이 지상에 숨통 하나 틔우기 위해 저마다의 어미 뱃속에서 무수히 ‘줄’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그 어미들은 그 통증에 기꺼이 ‘탁’하며 우리의 발길질을 온몸으로 다 받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숭고한 목숨들 앞에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기만 한 봄이다.
/차민기·창신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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