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으로 악을 이겨내는 사회
선으로 악을 이겨내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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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가정의 달인 5월이 되었다. 하지만 이 땅의 오월은 또다시 가슴을 도려내는 슬픔의 날로 시작되었다. 세월호 참사로 모두가 잔인한 시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들려오는 소식들도 모두 절망과 분노의 말들뿐이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고, 하루 종일 죄책감과 안타까움에 휩싸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바야흐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극심한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희망이 없다고 느껴지면 우울해지고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사람은 어떠한 경우라도 희망을 놓지 않아야 하며, 아무리 현실이 절망적이라도 희망이라는 놈을 만들어내야 살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상황에서 오히려 어른들을 위로하는 아이들의 말이 부끄럽지만 고맙게 느껴진다. 또 미안해하지 말라는 피해자들의 말이 우리를 더욱 미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맙게 들린다. 그들의 말 속에서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작은 희망들을 보고 있다. 생명 같은 자식을 잃었다는 충격과 슬픔으로 자기 한 몸 가누기 힘든 유가족들이 오히려 국민들의 상처 난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모습은 감동이다. 제자와 동료를 잃은 단원고 선생님들도 자신들의 슬픔과 충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배나 후배를 잃은 또 다른 제자들의 아픈 마음을 걱정하고 위로하고 있다. 또 천안함 사건의 유가족들이 세월호의 피해자들을 찾아 함께 슬퍼하고 울어주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우리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그래도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는 살 만한 희망이 있음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잃는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사회적 관심이 촉발되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는 물론 국민 모두가 집단충격을 받는 피해자가 된다. 그런데 종종 피해자들은 자기의 아픈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 다른 이의 상처를 건드리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면 사회의 아픔은 더 커지고, 상처투성이의 절망적인 사회가 된다. 따라서 지혜로운 국민들이라면 서로의 상처를 배려하고 어루만져 주면서 국가적 고난을 이겨낸다. 우리에겐 그게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

아무리 사회가 악할지라도 선으로 악을 이겨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회는 아직까지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의 악을 악으로 대처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그 사회는 절망만 가득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의 권력과 제도가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할 정도로 악하게 보일지라도, 이를 악으로 대처하면 안 되겠다. 세월호의 피해자들이, 단원고의 선생님들이, 천안함의 유가족들이 보여준 바처럼 선으로 악을 이겨내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 내가 선으로 악을 이겨낸다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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