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맨 몸에 내려놓은 100번의 산행
제주의 맨 몸에 내려놓은 100번의 산행
  • 최창민
  • 승인 2014.05.02 00: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100·끝>한라산 영실∼어리목
gn20140425한라산영실어리목 (35)
영실기암위로 안개와 바람이 휘달리고 있다. 2만년전 화산폭발 후 한라산의 모습이 저러했을 것이다.
gn20140425한라산영실어리목 (48)
한라산 영실기암과 병풍바위를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 이제 갓 진달래가 피었고 바람은 차갑다. 멀리 병풍바위위로 안개가 자욱하다.
한라산은 180만년전부터 몇 차례의 화산활동으로 형성됐다. 초기 100만년전에는 수면 아래에서 수십개의 수생화산이 폭발해 이른바 서귀포층이 형성됐다. 후기 80만년부터 수면 위 즉 육상으로 올라 온 뒤 화산활동이 재개돼 현재와 비슷한 골격을 갖췄다. 그러면서 2만년전까지 화산활동이 이어졌고 지금과 같은 형태가 갖춰졌다. 시기적으로 신생대 4기의 젊은 화산산으로 분류한다.

제주의 지층구조는 하부층이 기반암과 미고결퇴층이고 그 위 수면 아래는 서귀포층, 그 위가 육상에 방패를 엎어놓은 듯 보이는 순상화산체이다. 주변에 368개의 오름은 작은 화산체들의 분석구로서 특이한 경관을 보여준다. 가장 유명한 오름은 백록담 동북쪽 평지에 있는 산굼부리인데 제주의 생성시기와 같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평지 분화구로 전문적인 용어로 마라(maar)라고 부른다.



gn20140425한라산영실어리목 (128)
윗세오름에서 본 제주 오름.


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은 2009년 한라산 성판악∼관음사코스(12회) 산행 이후 5년 만에 최종회로 한라산 영실∼어리목코스를 산행했다.

▲한라산은 우리나라 3대 영산 중 하나로 꼽힌다. 해발 1950m로 지리산보다 높다. 다양한 식생분포를 이뤄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1966년 천연기념물 한라산천연보호구역, 1970년 국립공원,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2007년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산로는 영실탐방로입구(해발 1280m)→영실기암 전망대→병풍바위→구상나무지대→윗세족은오름(전망대)→선작지왓→노루샘→윗세오름(회귀)→만세동산→샘터→사제비동산→어리목 목교→어리목탐방로입구주차장. 12.6km에 휴식포함 5시간이 소요됐다. 삼천포항에서 오후 10시 30분 출발하는 배를 이용하면 제주항에 새벽 6시께 닿는다.

▲오전 8시 25분, 영실 입구 주차장.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면 소나무군락지다.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으로 나무껍질이 얇고 붉으며 나무눈 또한 붉은색을 띠고 있다. 붉은 소나무숲에는 주목과 구상나무가 함께 어우러져 있고 제주땃쥐 오소리 박새가 서식한다.

오전 8시 42분, 계곡에 물이 보인다. 제주에선 해발 1000m이하에서 물을 쉽게 볼 수가 없는데 어느 정도 고도를 높이면 물을 볼 수가 있다. 비가 많이 내려도 화산섬 특유의 물빠짐 현상이 빠르게 진행돼 버려 비가 오지 않는 날은 계곡물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귀한 물 자원 보호를 위해 출입이 통제돼 있다.



gn20140425한라산영실어리목 (82)


등산로는 정비가 잘 돼 있다. 아예 땅을 밟지 않고 오를 수 있도록 데크와 돌계단이 이어진다. 진행방향 맞은편 수림 사이로 검은 물체 병풍바위의 위용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오른쪽 영실기암은 감탄사가 나올 만큼 특이한 지형이다. 돌기둥이 도시의 빌딩처럼 하늘로 삐죽 삐죽 솟아 있다. 오래된 과거, 용암이 들끓었던 화산의 흔적이다.

해발 1400m지점을 통과하면 수림지대는 끝난다. 자잘한 관목과 철쭉 진달래가 바닥에 찰싹 붙어 자란다. 특이한 건 구상나무도 주목도 지리산 덕유산과 다르게 바닥을 기어 다닌다. 워낙 강한 바람이 많이 불어 나무들도 생존을 위해 스스로를 낮춘 것이다.

오전 9시, 영실기암 전망대에 선다. 산 아래서는 불지 않던 바람이 강하게 불어 닥친다. 차갑지는 않으나 워낙 센바람이어서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들고 눈도 제대로 뜰 수가 없다. 제주의 먼 남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빠르게 진행하다 한라산과 부딪치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덕분에 생경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영실 기암 위로 휘달리는 바람과 안개가 마치 태초의 지구 생성, 혹은 화산폭발 직후와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아마 2만년 전 제주에 마지막 화산이 폭발하고 대지가 형성될 때 풍경이 저러했을 것이다.

영실은 ‘산신령이 사는 방’이란 뜻이다. 바위 하나하나가 장군의 모습을 닮아 오백장군이라고도 부르고 불교에서는 산허리에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솟아 있어 석가여래가 설법하던 영산과 흡사하다 하여 오백나한이라고 부른다.

영주 십경의 하나로 겹겹이 치솟은 바위가 주변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며 춘화 녹음 단풍 설경 등 사계절 빼어난 경관을 연출한다. 고개를 돌려 병풍바위쪽을 바라보면 동물형상의 바위가 하나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공룡이 기어오르는 형상이다.



gn20140425한라산영실어리목 (22)
영실기암.


오전 9시 30분, 해발 1600m까지 고도를 높이면 구상나무와 주목군락지에 도달하고 곧이어 병풍바위 꼭대기에 올라선다. 등산로는 병풍바위꼭대기를 가로질러 이어진다. 아랫쪽은 천길 낭떠러지, 2만년 전 형성된 기이한 용암바위를 직접 만져보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북한산, 울산바위가 응축돼 있던 화강암산 점잖은 산이라면 한라산은 폭발해버린 용암산, 다혈질의 산이다.

길은 다시 키가 큰 구상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나무는 사람의 키보다 2∼3배 큰데 약 20여분간 지속된다. 가스 분출로 생긴 구멍 뚫린 바위, 곧 추락할 것 같은 위태로운 바위, 그 틈을 비집고 자라는 진달래와 철쭉, 산 전체가 최고급의 정원처럼 잘 다듬어진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구상나무숲 속에 숨어 있는 너덜을 지나고 수림지대를 벗어나면 이번에는 하늘과 맞닿은 광활한 대지가 펼쳐진다. 싱그러운 초원의 길, 선작지왓과 오름의 잔치를 만끽할 수 있는 한라산 특유의 산상 평원이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화산지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등산로를 중심으로 산아랫쪽이 제주말로 ‘서 있는 돌밭’이라는 뜻의 선작지왓이고 왼쪽 언덕에 이어지는 세봉우리가 윗세오름이다. ‘위에 있는 세오름’이라는 뜻이다.

선작지왓은 완만한 경사, 드넓은 평원에 조릿대와 털진달래 산철쭉 눈향나무가 점령하고 있다. 조릿대는 땅속에 붙어 자라는데 뿌리가 그물처럼 형성돼 강우 등으로부터 토양유실을 막아주는 역할과 동물들의 은신처가 돼준다.

아직은 겨울이지만 낮은 돌밭 사이로 한 계절은 분홍, 또 한계절은 초록, 시간은 흘러 갈빛과 설화의 계절이 간단없이 이어질 것이다.

윗세오름은 선작지왓 중간쯤에서 윗쪽 동산으로 200m벗어난 지점 정상에 있다. 전망대 정상이 윗세오름 중 가장 낮은 ‘윗세족은오름’이고, 가깝게 보이는 것이 ‘윗세누운오름’, 조금 더 멀리 보이는 것이 ‘윗세붉은오름’이다. 대피소는 붉은오름과 누운오름 사이에 위치한다.

족은오름 전망대에서 보면 더 멀리는 백록담화구벽. 화구벽을 중심으로 왼쪽에 장구목오름, 오른쪽에 윗방아오름, 방아오름, 알방아오름이 오름 전시장처럼 펼쳐진다.



gn20140425한라산영실어리목 (113)
윗세오름대피소가는 길.


해발 1700m, 누운오름 아래에 있는 노루샘. 제주시에서 특별관리하고 있으며 수질이 맑고 깨끗해 많은 등산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주변에는 습지가 형성돼 있어 제주에만 있는 제주도룡뇽, 줄장지뱀이 서식하고 있다. 등산로는 왼쪽 누운오름과 오른쪽 붉은 오름 사이를 지나 윗세오름 대피소로 연결된다.

오전 10시 45분, 윗세오름대피소는 해발 1700m평원에 자리하고 있다. 관리동을 비롯해 등산객이 몸을 피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화구벽과 마주한 뒤 남벽 순환로를 따라 1시간 정도 진행하면 남벽분기점에 닿지만 자연휴식년제에 따라 통제돼 더 이상 오를 수가 없다. 윗세오름대피소에서는 어리목 코스와 돈내코코스로 하산할 수 있다. 어리목은 한라산 서북쪽 탐방로이며 ‘길목’이란 뜻이다. 돈내코코스는 한라산 남동쪽 탐방로이며 ‘야생 멧돼지(돈)가 물을 마시던 하천(내)의 입구(코)에서 흐르는 물’이라는 뜻인데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휴식 후 낮 12시에 출발해 구상나무군락지, 사제비동산, 평원을 지나 내려서면 어리목 교량, 다시 어두운 수림으로 들어섰다가 벗어나면 어리목 주차장이 나온다. 시계는 오후 1시 20분을 가리켰다.

 
gn20140425한라산영실어리목 (75)
▲영실기암전망대에서 본 병풍바위의 일부. 바위가 공룡이 기어오르는 모습을 닮았다.
gn20140425한라산영실어리목 (13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gg 2015-03-10 15:25:20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