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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을 나선다, 구비구비 인생길처럼생명의 터전, 지리산 둘레길 <1>하동 위태~하동호 구간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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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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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소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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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동 위태∼하동호구간

본보는 ‘경남일보 선정 100대명산’ 시리즈 한라산을 끝으로 100회 산행을 마무리했다. 신록이 짙어가는 5월 첫 주부터 시작해 매주 주말 지리산 둘레길 274km를 구간별로 나눠 22회에 걸쳐 걷기산행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제 오르는 산행에서 다시 수평의 걷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5월 첫째 주 지리산의 남쪽이자 둘레길 10코스에 해당하는 위태∼하동호 구간을 시작으로 다시 9구간 덕산∼위태까지 돌아올 계획이다. 크게 보면 지리산을 중심에 두고 남쪽 하동에서 시작해 시계방향으로 환형도보를 하는 것이다. 덧붙여 그동안 ‘100대명산’과 함께해준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편집자 주



▲지리산 둘레길은 잘 알려진 대로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국내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경남 전북 전남 3개도에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5개 시군 21개읍면 120여개 마을을 잇는 274km의 길을 말한다.

여기에는 우리의 땅과 하늘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생명들이 존재한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돌멩이 하나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으며 이 수많은 생명들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또한 지리산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진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우리 땅, 그것을 보고 느끼고 걷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는 우리 모두 ‘살아 있음’의 증명이며 앞으로 ‘더 오랫동안 더 자유롭게 살아갈 터’의 증명이라 할 수 있다.

▲위태∼하동호 구간은 11.8km에 5시간이 소요된다. 코스별 난이도는 ‘하급’이다. 위태(상촌)-지네재(1.8km)-오대사지(0.4km)-오율마을(0.4km)-궁항마을(2.1km)-양이터마을(0.8km)-양이터재(1.4km)-나본마을(상배몰)(2.8km)-하동호(2.1km).

▲오전 9시 10분, 둘레길 10구간이지만 본지의 첫 출발지는 위태 상촌마을이다. 내비게이션에 ‘위태마을회관’을 치면 입구에 도착한다. 도로 이름은 ‘돌고지로’이다.

봄철을 맞아 마을 주민들이 갓 채취해 삶은 고사리를 말리느라 도로 일부를 점하고 있다. 마을 끝집 앞 위태안길로 들어선다.

둘레 길에는 통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정표 상단에는 빨강화살표와 검정화살표 2개가 있고 하단에는 각 구간별로 진행해야 할 장소와 거리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취재팀은 시계방향으로 향하기 때문에 산행 내내 빨강화살표를 따르게 된다. 자칫 길을 잘못 들었더라도 앞서 지나왔던 길로 되돌아가 이정표를 다시 확인한 뒤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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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구간 들머리 위태리 상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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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항마을
상촌마을을 약간 벗어나면 언덕에 오두막정자 옆에 상수리나무가 버티고 선다. 아름드리는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 여겨 당산제를 지내는 곳이다. 그 앞에 세워진 청석은 건구줄(금줄)을 거는 곳이다.

둘레 길에는 마을사람들이 어렵게 가꾼 취나물 옻순 고사리 등 산나물이 많이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다행히 걷기산행을 하는 이들이 손을 댄 흔적이 없다. 예전 같으면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댓을 법한데 그만큼 의식 있는 사람들이 많아 졌다는 의미다. 곳곳에 안내판이 붙어 있다. ‘농작물에 손대지 말아주세요. 주민께서 애써 가꾼 자식과 같은 재산입니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 싶어 뒤돌아보면 오롯이 위태 상촌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정돌이 민박’ 황토 집에는 숙박 말고도 동동주 라면 파전을 팔기도 하는데 인기척이 없어 모두 농사 일로 집을 비운 것으로 보였다.

9시 28분, 처음 만나는 신록의 숲으로 들어간다. 한 무리 걷기산행을 즐기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가족별 동아리별로 둘레길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9시 41분, 산의 지형이 지네를 닮은 지네재에 올라선다. 오른쪽은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주산(831m)으로 가는 길이다. 과거 오대산으로 불렀다. 재를 넘어 12여분 만에 오율마을 상부 백궁선원 앞 갈림길에 닿는다. 대숲에 넓은 쉼터가 마련돼 있고 그 아래 계곡이 흐른다. 돌돌거리는 물소리가 몹시도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데 거기에 신기하게도 고둥까지 자라고 있다.

백궁선원은 과거 오대사터였다. 남명을 비롯해 지리산을 유람객이 찾았던 곳이다. 한 시절 그는 살천(시천)에서 재를 넘어 오대사에 왔다./이름자를 산기슭에 쓰기를 부끄러워했는데/변변찮은 입 가지고 웃으며 절에 들렀다/예로부터 사람의 인연 삼세(三世)에 얽힌 것/반나절만에 돌아오며 적송자(신선)에 비긴다./ 오대사에서 남명 자신 신선이 됐다.

오율마을엔 담쟁이가 벽을 타고 오르는 서너채의 민가가 있을 뿐 조용하다. 마을을 벗어나 오른쪽으로 꺾어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경사 50도를 자랑하는 된비알이다. 이번에는 궁항마을로 넘어간다. 5월의 숲은 신록으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과 휘튼치드 숲향이 온몸 을 감싸안는다. 불청객 송화가루가 먼지처럼 날리는 것을 제외하면 이보다 더 좋은 것 비길데가 없다. 소나무와 활엽목이 적절하게 섞여 조화를 이룬 숲 사이로 궁항지가 보인다.

10시 31분, 진양정씨 무덤 앞을 지나 산속을 벗어나면 다시 시멘트 임도다. 이 길은 궁항마을까지 이어지다가 청암으로 가는 2차선 아스팔트도로와 연결된다. 궁항마을 버스정류장 옆에 앉을 수 있는 평상이 있어 땀을 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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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휴업상태인 하동호 청학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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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소 사료로 쓰는 청보리 논길 사이를 지나 동학농민운동 때 양씨 이씨가 피란해 살았다는 양이터마을로 연결된다.

농작물 보호를 위해 쳐 놓은 철조망이 눈길을 끈다. 오른쪽 대밭에서 내려오는 산돼지 고라니를 막기위한 텃밭 주인의 고육책이다.

11시 30분, 된비알의 끝, 어느새 양이터재에 닿는다. 10구간 마지막 등성이다. 지금까지 낙동강 수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섬진강 수계다. 그래서 양옆의 산등성이가 물길을 갈라내는 낙남정맥이 된다. 정맥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시작해 남으로 삼신봉을 거쳐 양이터재에 닿은 뒤 옥종 진주 함안 여항산 김해 신어산으로 연결된다. 넓은 쉼터에 화장실과 벤치시설이 있지만 악취때문에 잠시도 앉기가 거북하다. 화장실을 약간 벗어난 지점에 설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양이터재에서 5분정도 내려가다 시멘트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활엽수림으로 들어선다. 10구간 최고의 아름다운 숲길이 펼쳐진다.

아름드리 수림과 계곡이 있고 그 사이로 끊어질 듯 고불고불 이어지는 오솔길이 정겹다. 휘파람새 소리를 배경으로 대숲을 지나기도 하고 물길을 건너기도 한다. 강동현 기자를 비롯한 취재팀은 이 일대 계곡에서 1시간가량의 휴식을 취했다.

이 길은 과거 나본마을에 살던 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땔감을 하러 오가던 길이었다. 문득, 그 시절을 공유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바람에 실려 왔다 달아났다. 도둑골→윗성거리→돌멩이를 던져 그날의 운수를 점쳤던 바위→가운데성거리→아래성거리… ,

1시 40분, 숲을 벗어난 뒤 하동호를 끼고 있는 나본마을 쉼터에 닿는다. 하동호 맞은편 제일 높은 곳이 칠성봉이다. 산 너머 서촌에 악양 평사리가 있다. 맞은편에 보이는 가리점을 비롯해 고래실과 상배몰을 합한 세마을을 나본이라고 한다.

1993년 하동·사천지구 농업용수 공급용으로 물길을 막아 댐을 만들면서 하동호가 됐다. 고래실 상배몰 대밭몰 동촌 가마소 등 6개 마을 190세대가 물속에 잠겼다. 당시 주민들은 일부 남기도 했으나 갈사간척지로, 도회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마을에서 하동호까지 30여분이 더 소요된다. 호수 끝에서 우뚝하게 서 있는 청학콘도는 완공한 지 십 수년이 지났지만 주인이 몇 차례 바뀌면서 개점휴업 상태. 올 여름 영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2시 10분, 둘레길 10구간 걷기산행이 종료됐다.

지리산 둘레길은 자기성찰과 공정여행 책임여행의 걷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 준비하고 책임지는 걷기 여행, 뭇 생명과 마을 주민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 거기에 농작물보호와 쓰레기수거는 기본이다.

최창민기자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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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리플렛(뒤) [수정]
지도 <생명평화 지리산둘레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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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호를 끼고 이어지는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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