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 빤스 (손택수 시인)
단풍나무 빤스 (손택수 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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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빤스 (손택수)


아내의 빤스를 구멍이 난 걸 알게 된 건
단풍나무 때문이다
단풍나무가 아내의 꽃무늬 빤스를 입고
볼을 붉혔기 때문이다

열어놓은 베란다 창문을 넘어
아파트 화단 아래 떨어진
아내의 속옷,
나뭇가지에 척 걸쳐져 속옷 한 벌 사준 적 없는
속없는 지아비를 빤히 올려다보는 빤스

누가 볼까 얼른 한달음에 뛰어 내려가
단풍나무를 기어올랐다 나는
첫날밤처럼 구멍 난 단풍나무 빤스를 벗기며 내내
볼이 화끈거렸다

그 이후부터다, 단풍나무만 보면
단풍보다 내 볼이 더 바알개지는 것은



▲작품설명:언제나 헐거운 지갑 탓이었을까. 어둠 속에서나 은밀히 훔쳐보아야 했던 내밀함 탓이었을까. 짓궂은 바람에 날아 간 아내의 저 가난만큼 뚫린 속옷, 드러낸 부끄러움과 채워주지 못한 안타까움이 화급하다. 아가페든 에로스든 5월은 장미보다 더 뜨거운 사랑이 많은 달이다.(주강홍 진주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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