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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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에게 하는 조의는 아무리 조심스럽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위로일지라도 모진 고문이라고 하지만, 먼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나는 강연을 할 때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를 가지라. 자신, 가족, 학교, 지역사회, 우리나라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라”고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나는 이 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봉착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한국전쟁 직후 세계 최후진국에서 반세기 만에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 자동차 등의 부문에서는 세계 최강국으로 발전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신한 거의 유일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격(國格)은 땅에 떨어졌다. 대형사고에 대한 대응체계, 승무원들의 책임감과 직업정신은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우리 대학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총장으로서 나는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한 시사주간지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황을 네 마디로 압축해 정리했다. ‘고장난 나라, 무능한 정부, 비겁한 선장, 한심한 언론’.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라고 일컫는 1990년대 이후 구포역 열차사고, 서해 페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천안함 침몰, 경주 마우라 리조트 붕괴 등 많은 ‘넘어짐’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한국전쟁을 제외하고 건국 이후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무너짐’을 당하고도 깊은 반성이 없었고,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지 못했으며, 책임자 처벌도, 재발방지 대책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언론은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정제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 보도와 자극적인 보도 등으로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으로 이 같은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차근차근 짚어주고 끝까지 확인하는 노력을 이제부터라도 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역사의 교훈을 저버리는 국가는 역사 속에 스러져 갈 뿐’이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가 환골탈태하여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고 또 대답해야 한다. 정부도 그래야 하고 언론도 그래야 한다.

먼저, 사고 수습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사고 현장을 비롯해 전국에서 활개치고 있는 비전문가들은 물러나야 한다. 사이비 구조·구난 기관, 어떠한 정치 세력도 세월호 사태를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책임에 대해 거론하자면,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특히 모든 정치권의 책임이 크고 교육계의 책임도 무겁다. 책임 있는 사람이 그 책임을 다하자.

다음, ‘국가 개조’라고 할 만큼 뼈를 깎는 반성과 적폐 청산 노력을 해야 한다. 위기대응 시스템은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고위 관료 출신이 이해집단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각종 감사와 감시로부터 우산이 되는 이른바 ‘관피아’를 근절해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풀되, 안전과 관련한 규제는 강화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빨리빨리’와 ‘대충대충’의 문화, ‘적당주의’가 통하던 사회에서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로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국민 애도기간을 정하여 진심을 다해 애도하자. 그 시기에 대해서는 유족과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큰 고통을 당했을지라도, 결국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감내하기 힘든 슬픔을 당한 가족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잘 보살펴야 할 것이며, 비정상적 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 원칙과 기본이 바로 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대학 사회에서도 비정상은 없는지, 구성원의 안전이 위협받는 요소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
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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