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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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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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김해출신 시인 배달순과 가톨릭시(3)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96)
<57>김해출신 시인 배달순과 가톨릭시(3)
 
1970년 4월 18일. 배달순이 진주 봉곡동 어디 인쇄소에서 출간한 시집 ‘겨울과 여름바다의 노동’의 출판기념회를 거창 수승대에서 개최한다는 전화 연락이 왔다. 이때는 진주여중에서 거창 마리중학교로 전출된지 2개월쯤 된 시기였다.그 전화를 받고 그 행사에는 필자로서는 비켜갈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필자가 시집 해설을 썼고, 시집 인쇄 과정을 함께 지켜보았기 때문이었다.

출판기념회 참석자는 4월 18일 오후에 수승대에서 만나 저녁에 출판기념식을 하고 밤새워 술잔을 돌린다는 계획이었다. 마침 출판기념회를 잡은 저녁은 부활성야였으므로 식을 앞당겨 하도록 하고 필자는 택시를 잡아 거창성당으로 달려갔다. 밤 11시에 성야미사가 시작되었는데 그때 본당 신부는 정삼규 몬시뇰이었다. 미사경문을 읽는 몬시뇰의 목소리는 카랑카랑 울려왔다. 미사를 마치고 필자는 다시 택시를 잡아 타고 수승대 현장으로 달려 갔다. 부산에서 온 시인들은 이미 혀가 꼬부라지고 진주에서 간 시인들이나 배시인의 학부형들은 아직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배달순 시인은 마리중학교에서 2년쯤 근무했을까, 공립중학 근무를 포기하고 사립재단 학교인 부산에 있는 항도중학교로 옮겼다. 종종 전화연락을 하는 한 편으로 부산에 일이 있어 내려가면 반드시 마중을 나오고 저녁을 사고 또 술을 샀다. 필자는 그제나 이제나 주량이 두세잔이므로 술꾼일 수 없었다. 그러므로 배시인의 시작품론을 들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했다.

배시인은 아들이 대전 과학기술대 교수로 가게 되고 아들로부터 합가하자는 요청이 와 대전으로 이사를 하면서 몇 번의 전화를 걸어왔다. “강사백, 저는 대전으로 이사를 가는데 기념으로 강사백의 육필시를 하나 받았으면 해요. 그러니 대표작에다 사백의 육필을 가미하면 더없이 좋은 기념품이 될 것 같아요. 경우에 따라서는 육필시 전시도 할 겸해서요.” 그러나 필자는 차일 피일 미루다 보내주지 못하고 말았다. 필자는 시작품을 전시용이나 다른 형식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기는 편이어서 배시인의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별로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인지 모른다. 지금 와 생각하면 필자가 너무 매정했던 것이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필자는 문단 주변에서 문인 인장 박물관을 세운다 하면서 도장 하나 보내달라는 편지를 몇 번이나 받았지만 끝내 보내주지 않았다. 문학의 직접성에 관한 일이 아니라는 데 그 이유가 있었다.

배시인과 필자와의 마지막 교신은 가톨릭 월간잡지 ‘참 소중한 당신’의 창간과 관련한 일에 관한 것이었다. “강사백, 안녕하시지요? 이번에 차동엽 신부님 주도로 월간 신앙잡지를 내는데 제가 좀 돕고 있어요. 강사백을 편집위원으로 모시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지요.”라는 말에 “저를 챙겨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지방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또 신앙이 하약한 저로서는 감당하기가 어렵겠네요.”라 잘랐다. 그러나 배시인은 특유의 끈기로 필자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편집 실무위원이 아니라 자문격이고 실제로는 그때 그때 원고를 써내는 일에 도움을 받는 쪽으로 생각하면 될거예요.”필자는 배시인의 밀어붙이기에 밀리다 그냥 항복해버렸다. 그때 필자는 신자로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그런 원고 충당역이라는 것도 은총이라 여기게 되면서 수락하고 만 것이었다.이때가 2003년 2월초였다.

그때 서울 합정동 사무실에서 창간 준비를 위한 회의를 개최했지만 날짜가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는데 뒤에 창간호를 받아들고 비로소 편집위원에는 김승혜(수녀), 김원석, 마백락, 백맹종, 안영(소설가), 유안진(시인), 이선희, 이충우, 조완희 그리고 필자 등인 것을 알았다. 배시인은 돌아가기 직전 ‘참 소중한 당신’ 창간 10주년 기념호에 창간 비화를 남겼다.“2004년 2월 1일 잡지 창간을 계획하던 차동엽 신부님을 모시고 홍윤숙 원로시인댁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점심 환대를 받으면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신앙의 멋진 광장을 마련하기 위하여 잡지 창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함께 출발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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