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히말라야적 오산’을 생각해 본다
간디의 ‘히말라야적 오산’을 생각해 본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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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 교수)
위대한 영혼 ‘마하트마’ 간디가 생각난다. 요즈음처럼 어려운 때 하필이면 왜 간디인가. 남루한 옷을 걸치고, 도수 높은 안경을 낀 채 구부정한 모습의 그를, 왜 이 어려운 시기에? 어려운 난국에서는 새롭고, 세련된, 그리고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을 바라야 하건만 왜 간디가 그리운가. 그는 화려하진 않지만 늘 겸손하게 먼저 솔선하여 백성의 마음을 움직인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도자란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도덕적인 양심에서조차 자유로워야 하며, 어떤 권력을 사용하더라도 주저하지 말아야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겨 왔다. 그러한 리더십은 권위를 가진 사람들이 강력한 권력으로 대중을 이끌 때 나라가 바로 선다는 권위주의시대에는 맞는 말이다. 요즈음처럼 어려울 때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견해가 일부이지만 있다. 하지만 그런 리더십은 이미 낡은 리더십이며, 위험하기 짝이 없는 정국위기론에 기대려는 난센스에 불과한 견해이다.



성찰하는 리더십
이즈음에 간디의 ‘히말라야적 오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간디는 마지못해 실천하는 복종으로는 사회가 성숙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히말라야적 오산’이라 비유한다. 여기에서 ‘히말라야적 오산’은 사소한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법도 존중받을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표면적으로는 누구나 국가의 모든 법을 자진해서 존중하여 지키고 있으며, 그 법을 어겼을 때 벌을 받을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윤리의식이 떨어진 사회일수록 공직자나 지도층들이 자신이 저지른 일을 마치 어두워진 후에 자전거에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사소하게 여겨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놈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며 자기 주변에는 도둑들이 득실거린다고 여긴다.

간디는 누구나 지키지 못한 규칙이나 잘못이 쌓이면 히말라야 같은 큰 산처럼 넘지 못할 사회적 폐단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한 자신을 질책하였다. 그렇다. 공직사회의 지도층이 자기를 향한 성찰이 없을수록 자기가 저지른 비리에 대해서 둔감하다. 그들은 대개가 자기자식과 자기편을 사회에 심어주는 것이 잘못된 일인지도, 자식에게만 재산을 불려서 물려주기나 그런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자리 옮겨가며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는 일이 서민들의 분노를 사는지도 모른다.

자기 성찰의 삶이 없는 사회 속에서는 누구나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사소하게 여겨 질서를 무시하고, 지나쳐 법이 잘 지키려하지 않는다. 그런 사회에서는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남이 한 일은 사소한 일도 비난하게도 된다. 한마디로 도덕과 윤리부재의 사회로 향해 가게 된다. 사회질서의 근간이 되는 법도 공직사회에서부터 성실히 지켜질 때 국민들이 어떤 특정한 법에 대해 선하고 옳으며, 어떤 것은 부당하고 사악한 것이라고 능히 판단할 힘이 생긴다는 뜻이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일만 생기면 용서를 빌고 언제나 미안해하면 그만인가. 우리 안에 질타만 해대고 책임은 회피하면 그만이라 오산(誤算)하는 셈법이 없는지. 이번 세월호 참사도 우리도 모르게 쌓여온 거대한 사회적 폐단에서 생겨난 사건이나 마찬가지이다. 앞으로도 어쩌면 수면 밑에 숨겨진 거대한 부실과 비리의 폐단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이를 걷어내지 않으면 더 큰 재앙으로 올지 모를 일이다. 재앙은 언제나 온갖 위법, 유착비리, 규칙을 사소히 여긴 무책임, 남 탓으로 여기는 책임 떠넘기기와 같은 폐단들이 뒤엉켜 으르렁대며 언제든지 빈틈을 노려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할퀴려 할 것이다.



지도층과 공직자들의 오산

어두운 길에 나서면 자전거 헤드라이트 켜는 습관이 들어야 상대방의 안전을 지켜주게 된다. 간디의 ‘히말라야적 오산’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지 못해 일어난 일에 대해 반성하는 일이며, 그러한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한 것이다. 지도자나 공직자들은 남의 잘못 탓하느라 한눈이나 팔지 말고 돋보기 들여다보듯이 자기 잘못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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