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 한명도 못살린 ‘무능한 정권’ 대오각성을
304명 한명도 못살린 ‘무능한 정권’ 대오각성을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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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세월호 침몰 사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해운업계와 관료의 비리’가 끝없이 불거지고 있다. 곳곳에서 ‘관피아(관료 마피아)’의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해경 간부와 수사관의 ‘검은 유착’ 골도 예상보다 깊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관피아’가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직은 뇌물로, 전직은 전관예우로 네트워크의 한 축을 이룬 것이 ‘해수부 일생’이었다니 기가 막힌다. 무능에 부패까지 겹쳤으니 직무 유기도 이상할 것 없다.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관료개혁인 관피아의 뿌리를 들어내겠다”는 정부의 흔들림 없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 곳곳 나사 풀린 ‘사고 공화국’

세월호 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수십 년 적폐(積弊)’의 산물이고, 모두가 죄인 된 심정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사고 30일 동안 매일같이 새롭게 공개되는 사실들은 정부의 재난관리 역량을 더욱 깎아내리고 있다. 해경·해양수산부는 ‘존재의 이유와 가치’ 자체부터 다시 저울질하게 한다. 대통령도 ‘공무원 질타’와 ‘국가개조’ 차원의 국민안전대책 마련, 무사안일의 관료주의 타파, ‘관료 마피아’ 근절, ‘국가안전처’ 신설 등을 밝혔다.

세월호 참사 후 안전 비상 속에 포항제철 폭발사고, 울산석유화학공단 가스사고, 한중 카페리호의 한쪽 엔진 고장,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수도권 전철 전동차 후진 등을 보면 도대체 안전하고, 깨끗한 곳이 얼마나 되는지 악취 나는 ‘관피아 비리’는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배가 침몰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화물 적재량 전산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하는 사이 육지의 선사 직원들은 증거 인멸에 나선 것이다. 사고 원인으로 과적이 지목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범죄 행위다.

세월호 참사 과정을 복기해볼수록 땅을 치고 원통해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가장 억울한 일은 해경은 왜 47분간 맴돌고만 있었는지 대낮에 두 시간여 동안 배가 침몰하는 것을 뻔히 두 눈으로 지켜보면서 승객도 구출해내지 못한 점이다. 해난구조의 책임 기관인 해경이 초동 단계부터 줄곧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한 탓이 크다. 해수부와 해경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해경-해수부는 ‘해체-재조립’ 차원의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국가개조, 관료개조’를 꼭 이룩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정치 실패’와 ‘관피아의 부산물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조만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對)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곧 개각·청와대 개편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이 발표할 대국민 담화 내용에 ‘관피아’에 대한 유관기관 재취업 근절 방안이 포함된다고 한다. 하지만 ‘고래 힘줄보다 더 질긴 관피아’가 과연 이번에는 척결될 수 있을지 국민들의 기대는 별로다. 대통령의 담화는 ‘안전 대한민국’을 향한 진정성 담겨야 하고 ‘새로운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내각·靑 개편 제대로 안하면 또 실패

왜 한국 사회에는 세월호 같은 후진적 사건사고가 이리도 많을까. 부패의 상징인 ‘관피아와 전관예우’가 일반화 되면서 안전·부패가 물에 물 탄 듯 처벌이 물렁한 사회가 됐다. 승객보다 화물을 중시한 세월호의 비극을 보면 한국 사회는 곳곳에 나사가 풀렸거나 빠진 ‘사고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재지변도 아닌데 ‘인재(人災)와 관재(官災)’가 겹쳐 수많은 어린 생명을 잃은 것은 사회 전체의 죄의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국면의 수습차원에서 대(對)국민 담화→새 총리 지명→조각수준의 내각·청(靑) 개편을 한다 해도 민·정(民·政)이 아닌 법관(法官) 중심 등 지금껏 하던 대로 하면 실패한다. ‘관피아 개획’을 못하고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을 두고는 국정 쇄신이 될 수 없다. 실종자 304명을 한명도 못살린 ‘무능한 정권’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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