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은 저절로 드러나는 것
진정성은 저절로 드러나는 것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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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오늘 아침 인터넷 신문에 난 사진 한 장에 시선이 머문다. 유명 정치인이 세월호 침몰사고 29일째인 어제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그런데 그 사진 속의 모습이 이제껏 다른 정치인들이 보여주던 것과 사뭇 다르다. 이 사람은 수행원도 대동하지 않고 홀로 실종자 옆에서 무릎을 꿇고 울고 있다. 실종자 가족도 그의 손을 꼭 잡고 같이 울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눈에 어느새 이슬이 맺힌다.

내 눈에 이슬이 맺힌 이유는 사진 속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진은, 진정한 위로는 이렇게 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달변의 말 천 마디보다 곁에 가서 그저 함께 울어주면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주겠다는 대책을 내놓기 전에 먼저 무릎을 꿇고 손을 잡고 울어주는 것이 필요했다. 설령 그것이 가식이라고 할지라도 위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사진 속 정치인도 고도의 계산에 의한 행동일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마음의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사람을 위로하는 것이 이렇게 쉬운 일인데도 왜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은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그저 같이 울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을 못해 힘들어 했을까. 아마도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진정으로 같이 아파하는 마음이 부족하였거나 연기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서툰 연기가 들키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는 웃지도 못할 웃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진정성 없음을 들킨 것은 정치인만이 아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최근 대한민국 언론은 진정성이 의심받는 보도들로 인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을 비롯한 모든 언론매체들이 사고의 원인 규명과 안전 불감증, 그리고 사고 관련자 수사와 처벌 문제 등을 중점 보도해 왔다. 하지만 오보와 그릇된 주장이 난무하면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족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또한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이 없었던 탓이다.

이 모든 비극이 진정성의 부재 때문이다. 진정성 없는 행동과 말은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고 미사여구를 갖다붙여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슬픈 표정으로 사과와 위로를 해도 아픈 마음이 달래지지 않고, 오히려 진정성이 없음으로 더 상처를 키운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은 진정성을 갖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니면 국민들에게 들키지 않는 연기력이라도 키워야 할 것이다.
주선태 (경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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