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키고 엉켜서-쌓이고 쌓인 적폐
엉키고 엉켜서-쌓이고 쌓인 적폐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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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욕망 또는 욕구의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개인이 특정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감정이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의식이다. 적절한 정도의 욕망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지만, 과도한 욕망은 주변인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을 완벽하게 망치게 될 수도 있다. 지난달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 또한 개개인의 과도한 욕망들이 엉키고 또 엉켜서, 쌓이고 또 쌓여서 적폐(積弊)가 된 결과이다. 역대 대통령들 중에는 수산·해운에 밝은 분들도 있었고, 수산·해운에 밝은 역대 해양·수산부 장관들도 있었다. 지금도 생존해 있는 분들도 있다. 수산·해운·해양 분야에 해박한 전문가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분들은 이럴 때 무슨 말이든지 좀 해야 하는데 묵묵부답이다.

매슬로(Maslow)의 욕구이론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제1 수준은 배고픔이나 갈증 등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수준의 생리적 욕구이고, 제2 수준은 육체의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적·원초적 욕구이다. 이와 같은 1~2 수준의 욕구는 일반 동물들의 욕구나 사람의 욕구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일부 비정한 선원들이야말로 1~2 수준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에서 제3 수준은 소속의 욕구나 애정의 욕구이다. 세월호에서 먼저 탈출한 일부 비정한 선원들의 경우에 인간적인 측면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아니,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간의 고마움에 보답하는 개나 소 정도의 정서나 소속감이라도 있었다면 다친 동료 직원을 눈앞에 보면서 버리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2m 이내에 있는 쪽문을 열고 탈출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는데도 앞날이 창창하고 초롱초롱한 인재들을 한꺼번에 수장시키면서 자신들의 남은 여생을 살아보겠다고 선원이 아닌 체 위장까지 해가면서 탈출한 짐승들보다도 못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자신들은 최소한의 수영기능 정도는 있었을 텐데 짐승 수준보다도 못한 처신을 한 주제에 촬영 기자들 앞에서는 왜 얼굴을 가리는지, 시청자들의 심정은 가리고 있는 가리개를 확 벗겨서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매슬로의 욕구이론에 의하면 가장 낮은 차원의 기본적(1~2) 수준의 욕구가 충족되면 점차 상위 차원의 욕구를 충족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욕구들은 자급자족이 불가능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점진적으로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에 인간은 각양각색의 사회적 기술을 고안하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사회적 욕구’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 욕구는 자기주장 욕구와 집단화 욕구 그리고 집단주장 욕구 등으로 세분화된다. 현 시점에서 발악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특정 종교 집단의 자기주장 욕구와 집단화 욕구 그리고 집단주장 욕구 또한 손상(공포) 회피나 장해(공격) 회피 등과 같은 소아적 의존(小兒的 依存)욕구이면서 회피 욕구의 전형적인 양상이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집단들도 얄밉기는 마찬가지다.

다가오고 있는 6·4 선거에 출마한 인물들 중에도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후보들이나 세력들도 보인다. 시간이 지나고 보면 입증되겠지만 돈으로 권력을 갖게 되거나 권력으로 돈을 갖게 되고, 그리고 명예까지 모두 갖게 되면 과도한 욕망들은 엉키고 또 엉켜서, 쌓이고 또 쌓여서 적폐가 되고, 마침내 천명(天命)대로 살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 민주시민사회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된 순리이다. 부디 광역단체장 후보로 출마한 분들이나 기초단체장후보로 출마한 분들, 그리고 시·도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분들은 각자가 주변인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고, 자신도 되돌아갈 곳이 있는 평상심을 가진 민주시민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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