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타루시의 역사적 재산 보전을 위한 기부금 조례
日 오타루시의 역사적 재산 보전을 위한 기부금 조례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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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마산합포구 중앙동에는 일제시대의 건물인 삼광청주공장의 사택, 기숙사, 공장, 창고 등이 꽤 큰 규모로 있었다. 주민들의 보존운동이 싹트기 시작한 시점에 절반 이상의 건물이 건축업자에게 팔렸으며 결국 4~5층의 원룸으로 탈바꿈했다. 이 철거사건은 창원시의 근대건조물의 보전에 있어서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1년만에 ‘근대 건조물 보전 및 활용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종합적인 측면에서 근대건조물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역의 기억과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철거되지 않을 수 없었던 원인은 정책의 부재, 재정문제, 행정의 무성의 등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재정문제에 관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보존운동이 최종적으로 맞닥뜨렸던 문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오타루시를 다녀왔다. 인구 13만명의 오타루시는 연간 6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오타루시의 역사경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운하이다. 9년간의 공사로 1923년에 완성되었고 운하 옆에는 석조창고가 즐비하게 들어섰으며 도로쪽에는 상업시설, 여관, 은행가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40여년이 지난 후 운행선박은 줄어들고 인근도시 삿포로와의 교통량이 증가함으로 인해 1966년에 도도(道道) 임항선인 홋카이도 17호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서 시청에서는 석조창고를 철거하고 운하를 형편없이 축소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시민사회에서는 찬성, 반대를 둘러싸고 격렬한 운하논쟁이 불붙었다. 10년동안 전개된 보존운동으로 인해 오타루의 상징물이 된 운하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애초 축소하려던 운하폭은 수정되었고 운하 옆에는 도로 대신에 산책로를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운하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적 건조물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었다. 1983년에 ‘오타루시 역사적 건조물 및 경관지구 보전조례’가 홋카이도에서는 최초로 제정됐으며 10년 후에는 자연경관, 조망경관을 포함해 ‘오타루의 역사와 자연을 살린 마을만들기 경관조례’로 확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역사적 건조물과 경관에 대한 민관의 적극적인 관심은 예산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008년에 ‘오타루 팬이 유지하는 고향 마을만들기 기부조례’를 제정했고 이 조례에 근거하여 오타루의 역사적 재산을 지키고 싶다는 구호를 앞세우며 고향납세라는 이름의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물론 사무국은 오타루시 건설부 마을만들기 추진과이다.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고 행정에서 나서고 있다. 어느 정도 기틀을 잡고나서는 민간에게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 모금홍보를 할 때에는 기간과 모금총액을 제시한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의 모금목표액은 약 9300만엔이었다. 그리고 기부자는 특정사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 과거의 국철이었던 특정노선의 보전 활용사업, 문학관, 미술관과 그 주변 정비사업, 종합박물관의 전시 철도차량의 보전사업, 공회당의 능악당 보전 및 정비사업, 경관조례에 의해 등록된 역사적 건조물 보전사업 그리고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 등 6가지를 미리 제시하고 있었다. 기부단위는 1구좌에 5,000엔인데 그 이하 금액도 받고 있다. 기부자에게는 ‘오타루 팬 인정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등 공공 문화시설을 입장할 때에는 2년간 무료혜택이 주어진다. 그 외에 1구좌 이상을 기부했을 때에는 5000엔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주민세 등이 일정한도까지 공제된다.

창원시와 오타루시는 똑같이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항만도시이다. 그리고 특정사건을 계기로 보전조례와 기본계획, 위원회가 만들어진 것도 똑같다. 다만 시민참여 방안의 제도화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 모금홍보와 기부금 운영에 앞장선다면 시민들의 참여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2012년 삼광청주공장 보전운동을 할 때에도 여러명의 지역 상공인들은 행정에서 자리를 주선한다면 모금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만 되었다면 사라지는 근대건조물을 보면서 발만 동동거리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전점석 (창원YMCA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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