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피아'가 부실대학 키운다
'교피아'가 부실대학 키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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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근 4년(2010~2014년 1월)간 교육부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재취업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중에 퇴직한 서기관급 이상 공무원 39명 중 28명(71.8%)이 대학 총장, 교수, 대학 부속시관 등에 자리를 잡았다. 대학총장으로 전직한 인사가 4명, 교수 임용자가 15명, 기타 대학 부속시설 등에 영입된 이가 9명이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12명도 대부분 한국장학재단,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연구재단 등 교육부 산하기관에 자리를 잡았다. 특히 김영삼 정부 이후 관료 출신 교육부차관 13명 중 11명(92.3%)이 4년제 및 전문대학의 총장을 지냈거나 현재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들 수치만으로도 교육부 전직관료 출신 ‘교피아’의 심각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무위원, 국회의원, 4급 이상 공무원, 감사부서 7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은 최근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해 전관예우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 비영리기관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의 재취업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부도 최근 ‘교육부 공무원 행동강령’을 수정해 국장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은 퇴직 후 2년간 사립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길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물론 교육부의 전직 고위 공무원들이 그동안 자신들이 쌓은 교육행정 경험과 능력을 대학에서 다시 한 번 발휘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으므로, 이들의 재취업을 무조건 전관예우로 폄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대학에서 교육행정과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기보다는 특히 비리·부실대학에서 교육부의 행·재정적 지원과 감사에 대한 로비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교육부의 전직 관료가 부실대학의 총장으로 자리를 옮겨서 선배들이 누려왔던 전관예우를 한치의 모자람도 없이 누린 후 임기만료로 물러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면 그들을 총장으로 영입한 목적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교피아’의 로비활동이 전관예우에 따라 진가를 발휘하게 되면, 교육부의 정상적인 정책이 왜곡될 수도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2023년까지 대학입학정원을 16만명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학구조개혁 추진 계획 및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전국의 대학을 평가해 5단계의 등급으로 분류하고 단계별로 정원감축, 재정지원사업 참여 제한 등을 통해 부실대학의 퇴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으나, 특성화사업 선정시 대학의 정원 감축 계획을 평가요소로 삼아 정원감축과 특성화사업을 연계함으로써, 오히려 부실대학의 퇴출을 막아주는 부분도 있다. 부실대학에 대해서는 당장에 과감한 퇴출정책을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2023년까지 퇴출을 유예시켜주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부실대학을 우선 퇴출시키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신입생 충원률이나 재정자립도가 우수한 대학에서 정원감축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부실대학이든 아니든 불문하고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구조조정의 본래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교육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행·재정적 지원과 연계’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는데, 대학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한 교육부는 대학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할 권한이 있는데, 국공립대학은 3년의 주기로 감사를 실시하지만 사립대의 경우에는 감사 주기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종합감사가 사립대 길들이기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무원들이 퇴직한 후에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재취업을 하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관리감독을 하던 부서에 있던 공무원이 퇴직 후 피감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은 명백한 전관예우로서, 이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며, 공무원 스스로도 교육행정 전문가로서의 공직생활에 부끄럽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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