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대충 알아서 해라
적당히 대충 알아서 해라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남경 (객원논설위원,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우리나라 선박 건조량은 세계 1위이다. 배를 만드는 기술력을 이렇게 자랑하는데 왜 세월호와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까? 공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개조되어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와 있는 배는, 매번 그렇게 했듯이 적당히 대충 묶은 화물이 급작스러운 방향 선회로 인한 화물의 이동으로 복원력을 잃고 침몰한 것이다. 큰 의미로 보면 우리사회에 자리잡은 적당히 대충의 소프트웨어 때문이다. 필자는 학창시절에 부산에서 제주도로 20여시간 배를 타고 여행을 가곤 했다. 그때의 배의 안전장구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이나 그 부분에서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사회 곳곳에 세월호

안전교육적인 측면에서는 같은 수송수단인 비행기에 비해서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비행기를 타면 승무원들이 안전장구는 어디에 있고 탈출 시 사용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더불어 비상문에 앉은 승객에겐 임무까지 부여하면서 위급 시에는 이렇게 저렇게 도와야 한다고 양해를 구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간 일이 있다. 아직도 안전에 대한 교육은 방송으로 대신하지 비행기와 같이 승무원들이 안내를 하면서 교육을 하지 않는다. 더구나 비상시에 행동요령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 세월호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큰 소나기인 현재의 분위기만 넘기면 또다시 우리의 의식에 자리 잡고 있는 적당주의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적당히 대충 알아서 해라.’ 우리 모두의 의식이고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의식문화이다. 그렇지 않고 규정이나 규칙을 내세우면 융통성이 없다고 말하며 분위기 파악도 못한다고 지적하는 사회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바꾸면서 현 정부가 출범하였다. 모든 국민은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안전불감증이 이 정권에서 많이 고쳐질 것으로 생각했다.

세월호 사건은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적당주의와 형식주의 산물의 결과이다. 이젠 적당주의와 형식주의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의식 혁명이 필요하다. 교통측면에서만 보아도 차를 운전하면서 창 너머로 담뱃재를 터는 행동, 헬멧을 쓰지 않고 오토바이를 운전하거나 낡은 LPG 가스통을 실은 트럭이 질주하고, 구급차가 와도 비켜주지 않으며, 노란 스쿨버스를 추월하는 것과 같은 사소하게 보이는 것 같지만 우리 사회가 고쳐야 하는 교통법규이다. 이런 법규가 지켜질 때 선진국 대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년간 오토바이 교통 사망자만 거의 4000명에 이른다. 안전 헬멧 착용으로 얼마든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농번기의 경운기 교통사고도 문제다. 이것도 반사기 부착이나 신호봉을 사용하면 농촌지역 사망사고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안전 후진국형 교통사건이다.

일반시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 영화관이나 종합 병원들의 안전장구나 비상시설 관리는 엉망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고시원, 노래방, PC방 등에 위급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비상구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에서는 안전행정부의 안전관리본부와 소방방재청 기능을 합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고 재난 안전 전문성을 가진 내외국인을 채용한다는 공언을 하고 있다.



국민적 분노를 교훈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모든 부분에서와 같이 형식적인 제도는 잘 만들어지지만,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 필요가 없다. 안전은 실제상황을 가정하여 꾸준한 훈련을 통해 몸에 익어야 한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안전교육은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부터 적당히 대충이 아니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초년기부터 입시에만 매달려 제대로 된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성인이 되어서도 사고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 준법정신이 뿌리박혀야 제대로 된 전인교육이 될 것이고 선진 의식으로 진일보할 것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일어난 국민적 분노를 교훈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한 달 뒤에 있을 월드컵으로 잊혀질까 두렵다. 그러면 후진국형 사고는 내일도 일어날 것이다.
김남경 (객원논설위원, 경남과학기술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