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열매 솎아줘야 최상품 단감 수확
다닥다닥 열매 솎아줘야 최상품 단감 수확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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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 솎기
기온이 올라가고 때맞춰 비까지 내려주니 잡초가 몰라보게 자랐다. 지난 주말에도 70mm가 넘는 비가 내렸고 주중에도 적은 양이었지만 두 차례나 비가 지나갔다. 잡초는 재배하는 곡식과 달라 생장에 맞는 환경만 조성되면 하룻밤 사이에도 불쑥 자라 땅을 점령해 버린다. 허리까지 자라버린 풀을 베지 않고는 일을 할 수 없어 단감과 매실과수원의 풀을 베어야 했지만 틈이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어 왔다. 주말에 멀리 사는 동생이 찾아와 풀 베는 일은 자기가 돕겠다며 모두 베어주고 돌아갔다. 바쁠 때 내미는 손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갑고 고맙다.

최근 과수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이 많다. 해마다 때가 되어 연락하면 찾아와 일을 해주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서 일손을 놓게 되고, 새롭게 어려운 농사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질 않으니 일손 구하기는 점점 힘들게 됐다. 일손 구하기가 어렵게 되면서 일 삯은 비싸지고 농사를 지어도 수지가 맞지 않게 되면서 과수원을 포기하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배 주산단지인 우리 마을도 한창 전성기에 비하면 재배면적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또한 국산 과일값은 수년째 오르기는커녕 내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고, 소비마저 열대과일과 외국 농산물에 빼앗겨 수요까지 줄어드니 걱정이 태산이다. 최근 잦은 기상이변으로 인하여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병해충까지 극성을 부리니 이중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지금까지 남의 일손을 빌리지 않고 농사를 지어왔다. 농지규모가 크지 않아 그럭저럭 가족노동으로 버텨 왔지만 부모님의 연세가 높아지면서 그것마저 어렵게 됐다. 할 수 없이 지난해부터 일손이 많이 필요한 배는 포기하고 올해부터 다른 작목으로 바꾸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매실을 심어면 관리가 쉬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올해 초 묘목을 구해다 심었는데 싹이 나면서부터 고라니와 전쟁을 치루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야생동물 방지용 그물망을 사다 추가로 설치했다. 자주 드나들던 곳에 그물망을 쳐버리니 그동안 찾지 않던 다른 곳에 나타나 해를 입혀 어쩔 수 없이 그곳도 그물망으로 막았다.

단감과수원에 풀을 먼저 베고 열매솎기를 시작했다. 감은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일손이 두 세배 더 들게 된다. 지금은 열매가 달린 꼭지가 여물지 않아 손가락으로 젖히면 쉽게 부러져 떨어지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가위로 일일이 잘라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농사일은 때가 있어 때를 놓치면 그해 농사를 망치게 되니 모두가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발버둥을 친다.

햇볕이 따가운 오월, 야외에서 강한 햇살을 받으며 하는 작업은 힘들고 어렵다. 높은 가지에 달린 감을 솎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작업을 해야 한다. 사다리를 잘못 놓으면 균형을 잃어 넘어져 다치기 일쑤다. 사다리를 놓을 때는 미끄러지거나 한쪽으로 지우치지 않도록 바르게 자리를 잡고 오르고 내릴 때도 아래위를 잘 살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서 서두르면 안 된다. 마라톤을 달리듯 느긋하게 여유를 갖고 너무 지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요령이다. 처음부터 바쁘게 서두르면 며칠 지나지 않아 몸에 무리가 가면서 탈이 나게 된다. 농사일은 결국 시간이 지나야 끝이 나기 때문에 서두르지 말고 세월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참깨를 심었던 곳에 싹이 나면서 빈곳을 채우기 위하여 돌아보고 씨앗을 다시 심어야 했다. 밭이 비탈진 곳이라 비닐을 씌웠던 것이 미끄러지면서 씨앗과 비닐에 난 구멍이 맞지 않은 곳과 지난 비에 씻겨 내려간 곳을 찾아 씨앗을 다시 넣었다. 지난해에는 폭우에 몽땅 씻겨 내려가 버려 아예 망쳐버렸는데 올해는 비교적 씨앗이 잘 난 것 같다.

감자와 야콘을 심어면서 올해는 비닐을 씌우지 않았다. 비닐을 씌우는 것은 잡초가 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감자는 재배기간이 짧아 한두 번 북을 쳐주면 될 것 같아 씌우지 않았다. 야콘은 재배기간은 길지만 이 시기만 지나면 잎과 줄기가 무성하게 자라 잡초를 이길 것 같아서다.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감자와 야콘밭에 괭이로 북을 쳐 주었다.

단감솎기
초보농사꾼이 단감솎기를 하고 있다.
/정찬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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