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환경관리기법의 도입
과학적 환경관리기법의 도입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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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지난달 초 중국 광둥(廣東)성 남서부 마오밍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 시위는 마오밍시가 중국 국영석유기업인 시노펙과 합작으로 파라자일렌 공장 건설을 추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주민들은 화학섬유와 플라스틱 병의 원료로 쓰이는 파라자일렌이 발암물질이라고 주장하면서 공장 건설계획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이 사례는 비단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모 기업이 파라자일렌 공장 증설을 추진하다가 발암물질 배출 등 환경오염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이미 허가를 받은 공장 증설에 대해 주민들의 반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기업 측과는 달리 주민들은 환경오염시설 허가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한편 환경허가제도에 대한 기업 측에서의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폐수배출기준 중 ‘불검출’이어야 하는 항목이 있는데 과거 허가 당시에는 불검출이었던 수준도 이제는 측정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검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불검출 수준으로 배출하려면 어떤 항목은 먹는 물 수준보다 깨끗하게 정화하여 배출해야 하는 결과가 되었다. 강물을 정화해서 수돗물을 만드는데 폐수를 수돗물보다 깨끗하게 정화해서 배출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환경관리를 잘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 변화하는 시대여건을 반영하지 못하여 이제는 현실적으로 과도한 비용으로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시대에 뒤떨어진 현행 환경오염시설 허가제도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의 환경오염시설 허가제도는 1971년에 공해방지법 개정을 통해 도입되어 40여 년간 큰 틀의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환경오염시설 설치를 위해 허가를 신청하면 허가관청은 환경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검토 없이 마치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주듯이 허가증을 발급하고 있으며, 허가를 받은 이후 업종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정해진 배출허용기준만 준수하면 그 효력이 영구히 지속되므로 생산방식이나 원료가 바뀌어도 환경보호를 위한 시설개선을 할 필요가 없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기업도, 허가관청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배출되게 되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입장에서도 기존의 환경관리 의무가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서 발생되는 과도한 규제부담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다. 게다가 환경허가는 수질, 대기 등 환경매체별로 구별되어 있다 보니 공장 하나를 짓기 위해 최대 6개 환경법령의 9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렇게 허가제도 자체가 불안전하다 보니 상수원 인접지역 등 민감한 지역은 공장이 아예 들어가지 못하도록 제한을 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통합환경관리제도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제도는 기업으로 하여금 현재 이용되는 기술 중에서 경제성이 있으면서 오염물질 처리효율도 우수한 최상가용기법을 적용하되 허가 검토단계에서 환경오염시설 설치에 따른 환경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공장별로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배출허용기준을 따로 정하고 허가하여 이를 준수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수질, 대기, 폐기물 등 관련 인·허가를 하나로 통합 허가하여 절차를 간소화하되 허가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생산방식이나 원료변경 등을 검토함으로써 규제수준이 항상 현실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통합환경관리제도의 도입으로 과학적인 검토와 분석을 통한 환경오염시설이 허가가 된다면 허가 이후 지도단속에 투자하는 시간이나 허가제도가 못 미더워서 추가적으로 도입되는 규제들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면적이 좁은 나라에서 환경보전도 하고 경제도 살리기 위해서는 현행 방식의 환경관리로는 곤란하다. 환경관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사전예방 원칙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하면서도 환경오염 발생을 예방하자는 데 있다. 환경과 경제의 상생을 위해 이제는 환경관리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환경리스크는 엄격히 관리하되 환경규제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환경혁신을 위해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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