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귀농,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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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교수, 도농상생네트워크 상임대표)
귀농이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2010년 이후 직장에서 은퇴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58만명)를 비롯해 젊은 30~40대까지 귀농행렬에 가세하면서 외환위기 직후 일었던 귀농 붐이 재현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한 귀농·귀촌 가구수는 1만503만가구(2만3415명)로 전년대비 158%나 증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귀농설명회나 교육장은 도시인들로 넘쳐난다. 최근에는 ‘연소득 1억원이 넘는 부농이 크게 늘었다’는 정부의 발표에 이어 ‘대기업 임원도 안 부러워’, ‘농촌이 금광’, ‘억대 연봉 부농 되는 법’ 등의 솔깃한 언론보도가 쏟아지면서 도시인들의 귀농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겁다.

그러나 귀농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기만 하다. ‘부농시대’를 얘기하지만 농촌의 빈부격차와 고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0년 농촌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은 하위 20% 평균소득의 7.6배였는데, 2010년에는 11.7배로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도시근로자 가구의 각각 4.1배 및 4.8배와 비교하면 농촌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지난해 연간 1억 이상 소득을 올린 전국의 부농은 총 1만6722명(농업인 1만5595명, 농업법인 763개)으로 전년 대비 14% 늘었다. 하지만 이는 전체 농가(2010년 말 기준 117만7000가구)의 1.4%에 불과하다. 농가 100가구 중에 겨우 1가구인 셈이다. 부부와 자식 등 3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소득은 연 3300만원 정도이다. 고령화 또한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해가는 농촌의 한 단면이다. 농촌의 젊은층이 계속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농촌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중은 2000년 14.7%에서 2010년 20.6%로 크게 늘었다.

귀농인들이 ‘이상향’을 꿈꾸며 인생 2막의 귀착지로 정한 농촌은 이처럼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마다 각종 귀농정책과 성공사례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농촌현장에서 지속가능한 귀농 성공사례를 찾아보기란 어렵다.

한 농촌지도사는 “지난 수십년 동안 귀농인들이 성공적으로 소득기반을 확보해 시골에 안착한 사례를 거의 본 적이 없다”며 “농사를 전혀 모르는 도시인들이 얼마 안되는 땅을 가지고 판매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농사로 승부를 걸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귀농인들이 소유한 농지는 대개 1만㎡(3025평)이하이며, 심지어 3300㎡(1000평)이하도 많다. 농지 3.3㎡(1평)당 연간 수입은 지역별·농가별·작목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일반작물의 경우 2000~5000원 수준이다. 1만㎡의 농지라면 연간 605만원~1512만원 정도이다. 한달에 100만원 벌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물론 프로 농업인의 경우 고부가치 작물을 선택하고 운도 따라주면 3.3㎡당 1만~2만원 소득도 가능하다. 이는 말 그대로 농사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농업인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초보 귀농인에게는 어림없는 얘기다.

각 지자체의 각종 귀농지원책도 도시인 유치를 위한 유인책 성격이 강하다. 재정형편이 열악한 군 단위 지자체에서는 인구가 늘면 그만큼 정부로부터 지방재정교부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귀농지원조례를 제정해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농업 창업 지원자금과 주택구입 또는 신축 지원자금도 각각 가구당 2억원 및 4000만원까지 가능하지만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담보대출인데다 매년 각 지지체별로 지원가능 금액이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항목별 한도까지 지원받기는 어렵다.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빈집 수리비, 영농 실습비, 이사비 등의 보조금 역시 마찬가지이다.

귀농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걸림돌이 가로막고 있다. 장밋빛 환상에 싸인 낭만적 귀농은 위험천만하다. 따라서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자기에게 맞는 맞춤형 교육과 전문가 컨설팅을 통해 귀농 정보와 정책을 잘 파악하여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서 실행해야 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교수, 도농상생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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