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 전쟁 이길 '신의 한 수'
잡초와 전쟁 이길 '신의 한 수'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부직포 설치작업
절기상으로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이 지났다. 옛날 같으면 논밭에 심었던 밀과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는 때이다. 그러나 지금은 논과 밭에서 밀과 보리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 되었다. 정부에서 보리수매를 하지 않게 되면서 생산을 해도 판매가 어렵게 된 밀과 보리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밀과 보리를 심어도 알곡을 수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풋곡을 베어 가축 사료로 먹이기 위하여 재배하는 면적이 더 많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밀과 보리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한낮 햇볕은 한 여름을 능가할 정도로 뜨겁다. 이상기온 현상으로 여러 가지 기상관측을 갈아 치우는 소식을 접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지난 주말에도 동해안 지방의 온도가 섭씨 34도를 웃돌며 기상관측 이래 5월 기온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햇볕이 따가운 여름에는 비가 열흘만 내리지 않아도 대지는 타들어가고 곡식은 목말라 한다. 2주전에는 큰비가 내렸고 적은 양의 비였지만 주중에 또 내렸는데도 강한 햇볕과 높은 온도에 논과 밭은 메말라 흙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확기를 앞둔 매실 밭도 마찬가지여서 풀을 베기 위하여 예취기를 들이대자 바짝 마른 땅에서 먼지가 풀풀 날린다. 과수원에 물을 줄 수 있는 관수시설이 되어 있다면 물이라도 줄 수 있을 것인데 그렇지 못하고 하늘만 보라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지난주에 시작했던 단감솎기 작업을 끝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열매가 붙은 줄기가 여려 쉽게 솎을 수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질겨져 가위를 사용하면서 작업을 마쳤다. 우리 집은 넓은 면적이 아니어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일을 마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넓은 면적을 지닌 사람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어떤 이들은 사람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우면 농사를 포기해야겠다는 말까지 한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까지 겹쳐 선거 홍보에 인력이 동원되면서 일손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양념용으로 심었던 고추가 자라면서 쓰러지지 않도록 세웠던 지주에 묶고 막 열기 시작한 고추를 따 냈다. 처음 열린 고추를 그대로 두면 생장에 지장을 주어 좋지 않다고 해서다. 고추를 따고 지주에 묶는 것은 아내가 맡아서 했다. 작업을 하다 보니 고추에 진딧물이 붙었다고 해서 탄화물을 한차례 뿌렸다. 탄화물을 뿌릴 때 진딧물을 쫓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탄저병을 예방하기 위하여 유황제재도 섞어 살포를 했다.

여름 간식용으로 심었던 토마토도 많이 자라 지주에 묶고 밑에 붙은 잔가지를 솎아 주었다. 지난해에는 약한 지주를 세웠다가 열매가 열리자 쓰러져 다시 세우느라 애를 먹었다. 다시 세우려고 하다 보니 줄기가 상하고 열매도 떨어져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잡초 속에 파묻혀 포기하고 말았었다.

여름 반찬으로는 쓰기 위하여 심었던 오이도 줄기를 늘이기 시작하면서 지주에 묶어야 했다. 오이는 어느 정도 이상 자라면 덩굴손으로 물체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잡을 수 있는 물체와 자랄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 주면 여름 내내 따 먹을 수 있다.

텃밭에 호미로 풀을 뽑기 위하여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관리기로 갈아엎고 큰 잡초만 뽑았다. 땅이 메마르고 딱딱해져 호미로 작업하기가 힘들 정도여서다.

다음 달부터 매실 수확을 시작하면 한 동안 텃밭을 돌볼 수 없을 것 같아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이랑 사이 공간에 부직포를 덮었다. 부직포는 햇볕을 가려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지만 비닐과 달라 공기와 빗물이 스며들어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비닐멀칭처럼 일회용이 아니라서 사용 후 걷어 두었다가 다음에 다시 사용할 수 있다. 부직포 설치 작업도 편해 혼자서 하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비닐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흙으로 덮어야 하나 부직포는 핀으로 고정을 하면서 작업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실나무에 연잎으로 만든 탄화물을 다른 탄화물과 섞어 뿌렸다. 연잎은 품질을 높이고 유통기간을 늘려 준다고 한다. 천연물에서 추출한 탄화물은 해가 없고 기능성까지 더할 수 있을 것 같아 ‘비화학적병해충방제연구회’에서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먼저 내가 재배한 매실이 소비자에게 싱싱한 상태로 전달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부직포 고정
초보농사꾼이 부직포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