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신명 없는 선거판을 보며
소란한, 신명 없는 선거판을 보며
  • 경남일보
  • 승인 2014.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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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영산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6·4 지방선거가 불과 7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미증유의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잠잠하던 선거운동이 지난 주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을 기화로 불을 뿜고 있다. 거리마다 각종 현수막이 홍수를 이루고 있고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 봉투가 제법 묵직하다.

배달된 선거공보 봉투를 관성에 의해 열어 보았다. 나의 관성을 역행할 공보물이 보이질 않는다. 거리 요소마다 걸려 있는 현수막과 선거벽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거 기호와 정당의 색상을 제외하고는 후보의 정책과 인물의 면면이 구별되지 않는다. 한 정당에서 여러 후보를 낸 기초의원이나 아예 기호조차 없는 교육감의 경우는 더욱 난감하다. 시대와 유권자는 광속으로 변했는데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케팅 3.0시대라고 한다. 이는 공급자가 주도하던 시대의 밀어내기 시대는 이미 거하고 수요자에게 어필하려고 차별화를 강조하던 시대도 지나 소비자와 공감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정치에도 마케팅 개념이 도입된 지 이미 오래다. 1960년대 미국의 그 유명한 케네디와 닉슨의 텔레비전 토론으로 시작된 미디어 선거의 양상은 이제 선진 각국의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으로 자리 잡았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대통령 선거만 보더라도 각 정당에서 광고 홍보 전문가를 영입하여 어떻게 하면 유권자들과 공감하는 홍보를 할 것인가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제 6번째를 맞는 전국동시 지방선거의 경우, 그 연륜이나 유권자들과의 밀착도를 보면 출사표를 던진 선량들의 호소가 나의 삶에 바로 와 닿아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 많아야 하는데 중앙 정치인들의 대립적이고 독선적인 공허한 외침들로 홍수를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분명 풀뿌리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히 예속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이 폐지될 것 같았다. 대통령의 공약이 정치공학적 권력 놀음에서 반짝 주목을 받더니 언제 그랬냐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정치는 다시 한 번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서 유권자는 또다시 그들만의 잔치에 구색만을 갖춰주는 씁쓸한 현실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민생과 경제를 습관처럼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여당보다 무능정권의 퇴진을 주장하는 야권의 주장이 더욱 공허하게 들린다. 선거에 아무리 선동적인 구호가 효과적이라지만 고장난 레코드와 같은 야권의 주장에 공감하는 민초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민초들은 크면 클수록 공허한 주장보다는 작고 잔잔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듣기를 원한다. 지방선거면 지방선거답게 지역에 밀착되고 마치 우리집 숟가락이 몇 개인 것까지 알고 있어서 가려운 곳 긁어주고 아픈 곳을 낫게 할 후보는 아니더라도 그 시늉은 내야할 것 아닌가. 유권자들이 그대들에게 정권을 안겨주는 기부천사는 정녕 아닌 것을 알 터인데 말이다. 여권의 후보도 마찬가지다. 선거 때마다 전매특허로 뇌까리는 민생과 경제회복은 왜그리 평소에는 체감할 수 없단 말인가. 유권자에게 저들의 주장은 정녕 선거용 구호에 불과한 것임이 분명하다. 당신들은 양치기 소년이다.

교육감 후보도 그렇다. 교육감이라는 자리를 후보들 나름 화려한 경력에 화룡점정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것 같다. 누구나 똑같은 발상에 정책, 세월호처럼 침몰해 가는 우리 공교육에 대한 대안은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 어떤 자리보다도 미래 지향적이고 개혁적이어야 하는 교육감에 그대들은 거의 모두 부적격자다.

찍어 줄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6월4일 투표하여야 한다. 최소한 악의 득세는 막아야 하고 숨겨진 진주를 기대하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나가자. 우리와 자녀들은 우리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이상훈 (영산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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