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제대로 내릴 수 있게 깊이 심어야
뿌리 제대로 내릴 수 있게 깊이 심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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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고구마 심기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벌써 폭염주의보를 전국 곳곳에 발령했다. 5월 날씨로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인 섭씨 37.3도를 기록했다니 한여름 무더위를 방불케 한다. 아직은 공기 중의 습도가 높지 않아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만 있으면 그나마 견딜 수 있어 다행이다.

이번 주부터 시작할 예정인 매실 수확을 위하여 과수원에 풀을 베고 사다리며 필요한 도구를 챙겨야 했다. 지난해에는 매실 첫 수확을 6월 10일부터 시작했는데 올해는 철이 빠르게 들었다고는 하지만 오래전부터 시장에는 풋매실이 넘쳐나고 있었다. 일찍 수확한 매실은 씨앗도 여물지 않고 과육에는 쓴맛이 남아있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서둘러 수확을 하고 있다. 푸른빛을 지닌 청매실은 빛깔만으로는 수확시기를 알 수 없어 매실 크기만 보고 남보다 먼저 내다팔면 덕이 될 것 같아서일 것이다. 설익은 매실을 구매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매실을 수확할 때면 각종 벌레에 물리고 쏘여 고생을 하곤 했다. 올해는 마늘과 양파로 만든 탄화물을 미리 뿌려 모기는 물론이고 지네와 뱀을 쫓아 보기로 했다. 이 탄화물을 개발한 분의 이야기로는 대부분의 해충은 이 탄화물에 기피현상을 나타낸다고 한다. 다만 독성을 지닌 농약이 아니라서 약효가 오래가지 않아 자주 살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미루어 왔던 고구마를 심었다. 순은 조직 배양한 것으로 밤고구마를 구했다. 지난해에는 조직 배양한 고구마 순 심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 잘못 심어 잎은 무성한데 뿌리가 제대로 들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 올해는 배운 대로 줄기를 자르고 심을 때도 여러 마디가 흙에 묻히도록 깊게 묻었다.

고구마를 심은 다음날부터 한낮 기온이 너무 올라 고구마 순이 말라 타들어 갔다. 이제 막 심은 고구마는 뿌리가 내리지 않아 수분을 빨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 잎은 순식간에 시들었다. 잎이 시들고 타들어 간다고 한낮 햇볕 아래에서는 물을 줄 수 없다. 뜨거운 햇볕을 받을 때 물을 주면 땅이 순식간에 마르며 굳어지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잎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 기다렸다가 햇살이 기우는 오후 늦은 시간과 아침 햇살이 퍼지기 전에 사흘간 물을 주었다. 사흘이 지나자 처음 심을 때 붙어 있던 잎은 대부분 말라 죽고 줄기에서 작은 잎이 다시 나며 생장을 시작했다. 그동안 잔뿌리가 내린 것 같았다.

매실 수확을 시작하면 보름 정도는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 없을 것 같아 여기저기 밭을 둘러보았다. 매실묘목을 심고 고라니 때문에 그물망을 설치해 두었던 밭을 둘러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물망을 쳐두어서 안심했던 밭에 고라니가 뚫고 들어와 순을 뜯어 먹었기 때문이다. 울타리를 둘러보니 그물망 지주로 사용했던 것이 부러져 넘어진 곳이 있었다. 믿었던 알루미늄 지주가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 같았다. 알루미늄 받침대는 사용은 편했으나 특히 휨에 약해 쉽게 부러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물망을 지탱할 수 있도록 받침대를 다시 만들어 세우기 위하여 대나무를 잘라왔다. 잘라온 대를 톱으로 그물망의 높이에 맞춰 자른 후 땅에 쉽게 박을 수 있도록 낫으로 뾰족하게 밑을 다듬은 후 힘을 강하게 받는 밭 모서리마다 보강했다. 세워두고 보니 통 대나무를 그대로 사용했으니 고라니가 밀어붙여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저것 심어둔 텃밭도 할 일이 많았다. 우선 감자밭에 풀을 뽑고 뿌리가 많이 들 수 있도록 흙으로 북을 쳐 주었다. 흙이 부족하면 감자가 밖으로 드러나 햇볕을 받아 파랗게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장마가 들기 전에 수확을 할 수 있는 감자 꽃도 따주었다.

심고 나서 한참 동안 줄기를 뻗지 못하고 진딧물에 시달렸던 수박도 줄기를 힘차게 벋어나가기 시작했다. 포기사이에 난 잡초를 뽑아주고 이랑사이에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덮었던 부직포를 다시 손봤다.

오이와 단호박은 덩굴이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받침대를 다시 세웠다. 받침대에 잔가지가 남아있는 대가지를 걸쳐 덩굴손이 쉽게 타고 오를 수 있도록 걸쳐 두었다.

씨앗을 심었던 참깨는 비닐멀칭 구멍마다 하나씩만 남기고 솎아냈다. 벌써 한 뼘 이상이 자랄 정도로 성장이 빠른 것 같았다. 참깨를 솎으며 잡초도 뽑아 버렸으니 매실 수확이 끝날 때까지는 손을 돌보지 않아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정찬효·시민기자

고구마순 붙이기
초보농사꾼이 고구마 순 붙이기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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