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98)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98)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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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298)
<59>경남의 문학제들, 천상병문학제(1) 
 
경남에서 열리고 있는 문학제는 현재 15개로 알려져 있다. 진해의 김달진문학제, 통영의 통영문학제, 하동의 토지문학제, 우포생태문학제, 산청의 천상병문학제, 마산의 권환문학제, 함양의 지리산문학제, 하동 북천의 국제이병주문학제, 거제의 청마문학제, 사천의 박재삼문학제, 경남문학관의 경남문학제, 의령의 천강문학제, 진주의 이형기문학제, 지리산문학관의 지리산 인산문학제, 남해의 김만중문학제 등이 그 이름들이다.

문학제는 지역 출신문인들의 업적을 기리거나 문학적 업적을 남긴 타지역 출신 문인들을 기리며 그 작품들을 누리는 기회를 삼고 이울러 자라는 세대들에게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줌으로써 미래의 바람직한 문인들이 나올 수 있는 길트기 역할을 담당하는 데 있을 것이다. 지금 경남도내 지자체와 문학관들은 이러한 지향에 부응하면서 나름으로는 그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앞으로 선후 서열 없이 자료가 입수되는 순으로 문학제 돌아보기를 해나갈까 한다.

산청 중산리에서 개최되기 비롯한 천상병문학제는 2003년 5월 3~4일 지리산 중산리에서 제1회 대회가 열렸다. 주최는 아마추어 온라인 단체인 ‘한국시사랑문인협회’가 하고 후원은 산청군이 했다. 산청에서 천상병문학제가 열린다고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그것이 천상병문학제의 특이성을 말해주는 것이 된다. 우선 천상병은 1)산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2)지리산이나 산청을 소재로 빼어난 작품을 남긴 것도 아니고, 3)산청에서 살아본 것도 아니고, 4)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5)성씨의 관향도 아니고, 6)처가나 인척이 사는 데도 아니다. 7)혹 지리산 전투에 참여한 일도 없다. 그 흔한 지연, 학연이 없는 시인인 천상병을 어찌하여 산청땅에서 기리게 된 것인가.

이 천상병문학제가 열리는 전단계가 있는데, 지리산 천왕봉이 코앞에 있는 중산리 관광단지에 천상병 시비‘귀천’을 세운 것이 그 전단계다. 아마추어 온라인 단체 한국시사랑문인협회에서는 오프라인 행사를 추진하면서 천상병 시비 건립을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때 협회의 고문이었던 고 김선옥 변호사(부산)와 천상병 시인의 미망인 목순옥(서울 인사동 귀천 카페 운영)이 연락을 하면서 시비 건립 장소로 지리산으로 일단 내정했다. 김변호사와 목순옥 미망인은 경북 상주초등학교 동기동창이었는데 뒤에 목순옥이 천시인의 부인이 된 것을 알고 연락을 하며 지냈다. 목순옥은 김선옥(남, 변호사)에게 천상병 시인은 지리산을 그리워했고, 그 최고봉을 우러러 볼 수 있는 장소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선옥은 ‘귀천’을 생각하면 하늘로 돌아가기가 용이한 시천면 중산리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서 중산리로 결정하여 단체 회장과 상의하고 이어 산청쪽 추진위원장 류준열(마천중 교장)과 박득제(산청중 교사, 단체 경남책))에게 연락하게 되었다.

류준열과 박득제는 당시 산청 군의회 서봉석(시천면 출신) 의원을 만나 시비 건립 취지서를 전달하고 군의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하여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2002년 3월 15일 서울에 있는 목순옥 미망인과 부산의 김선옥 변호사가 산청으로 내려와 산청군수와의 면담을 하고 시천면 중산리 관광단지에 천상병 시비를 세우기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이날 일행은 건립 장소를 확정하고 그 자리에서 고사를 지냈다. 류쥰열이 작성한 고사는 “천상병님은 비록 이 세상에서는 고난의 삶을 살았지만 평생토록 아름답고 맑은 시를 쓰시어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셨습니다. 이에 이분의 업적을 추모하고 문학성을 길이 보존하는 뜻에서 시비를 건립하게 되었습니다. 시비 건립 공사에 따른 모든 일에 대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고 건립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02년 5월 12일 ‘귀천’시비 제막식은 한국시사랑문인협회 손근호 회장, 김선옥 고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아침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귀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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