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 경남일보
  • 승인 201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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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눈부시게 찬란한 계절, 6월이 왔다. 산과 들은 진한 녹색으로 물들고 풍요롭다. 뜨거운 햇볕 속에 식물은 땅의 자양분을 마음껏 뽑아 올리고 밀원에는 온통 벌꿀이 넘쳐난다. 코끝을 현란하게 만들던 아카시아가 진 자리에 밤꽃이 피고 산에는 온갖 들풀들이 꽃을 피워 벌, 나비를 유혹한다.

하지만 잔인한 4월은 6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차디찬 바닷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세월호 희생자로 인해 온 나라는 집단스트레스에 갇혀 좀처럼 헤어 나오질 못한다. 그 바람에 지방선거도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투표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가개조라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느라 옥죄고 다듬는 사후조치가 한창이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우울하다. 눈부시게 찬란한 계절이 무색해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한다. 국가 부도위기의 IMF사태를 금을 모아 극복하고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여자골퍼 박세리로부터 위로받았다. 그들은 허탈과 절망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려 보내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요즘은 류현진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 월드컵의 계절이 돌아왔다. 과거에도 그랬듯 적어도 월드컵 기간 동안 온 국민의 잠 못 드는 밤은 계속될 것이고 한반도는 열광할 것이다. 그 넘치는 에너지가 자신감으로 승화돼 우리를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스포츠는 감동과 인간승리의 각본 없는 드라마이다. 꿈과 희망이 있다. 얼마 전 우리는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이 노히트 노런의 행진을 이어가는 짜릿한 과정을 숨죽여 가며 보았다. 그 과정에서 모든 선수들이 덕아웃을 비워 주고 목소리마저 죽여 가며 대기록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오랜 전통속에 형성된 문화이다. 30여개의 불문율이 있고 에티켓 10계명이 있어 노히트 노런을 이어가면 상대선수도 기습번트를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백년이 넘도록 프로야구가 미국의 국민스포츠로 자리잡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 미국의 사우스다코다주에는 학생들의 농구경기에 ‘카일리 룰’이라는 룰이 적용되고 있다. 농구를 좋아하지만 골육종을 앓고 있는 11세 소녀를 위해 마련한 경기룰이다. 자유투만 카일리가 던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스포츠가 감동을 주고 인간승리를 연출해내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김연아가 여자싱글 피겨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즈음 미국에서는 남녀 페어 경기에서 감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연기가 끝나자 존 볼드윈이라는 남자선수가 파트너 이노우에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나의 남은 인생을 당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순간 관중들은 ‘yes, yes’를 연호했고 이윽고 이노우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관중들은 열광했고 이 감동은 온 세계에 전해졌다. 스포츠의 휴머니즘적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월드컵은 우리 국민에게는 이제 4년마다 찾아오는 축제가 되었다. 2002년 월드컵으로 우리는 어느새 세계 열광의 반열에 우뚝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됐고, 전 세계도 우리의 그러한 모습을 확인하게 됐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높은 국민의 의식수준과 IMF를 훌륭하게 극복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있는 한국을 경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서양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게 됐고 오히려 그들이 월드컵 기간 동안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엄청난 에너지에 매료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월드컵의 계절 6월이 왔다.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2002년의 감동을 기대해 본다. 물론 16강, 8강의 신화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좋은 성적을 못내더라도 국민의 긍지를 드높이고 새 희망을 갖도록 열심히 싸워 준다면 그것 자체로 감동이다. 절망에서 벗어나는 인간승리를 체험하고 지구촌에 한민족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온 국민은 그 과정에서 희망을 찾고 새롭게 출발하는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눈부시게 찬란한 계절, 월드컵이 열린다는 것은 온 국민에게 청량한 선물이다. 예전에 그랬듯이 월드컵이 한단계 더 성장하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세월호의 충격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대한민국 파이팅!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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